정선군청 기관지 "아라리 사람들"에 명예 기자를 맡으면서 "아리리 사람들"에 기고한 글들 입니다.
아라리 사람들의 다른 호나 다른 글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됩니다.
매년 봄나물, 산나물, 새순 등이 나오는 5월의 휴일이 되면 정선5일장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진다. 정선5일장의 식당가에는 잠시 요기할 수 있는 자리조차 구하기 어려워진다. 할머니가 가져와 좌판에 깐 나물이 신기해 구경할라치면 삼삼오오 밀려오는 인파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그냥 지나치게 되기도 한다. 그래도 거리에는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처음 보는 봄나물, 산나물의 향기와 코를 자극하는 부치기의 기름 냄새, 시끌벅적한 상인들의 호객 소리는 도시인의 피로를 잊게 하기 충분하다. 그런데 요즘 정선5일장이 썰렁하다. 정선5일장도 코로나19의 위기를 피해 가지 못한 것이다. 상인들은 이번 주말엔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더 올까 하는 기대를 접은 지 오래고, 인건비와 월세, 전기세를 고민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나마 정부, 강원도, 정선군 등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지원책을 내놓아 숨이라도 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현대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누구도 1년 후를 예측할 수 없다. 이는 세월호, 북핵 위기, 메르스, 사스, 북미회담 결렬, 코로나19 등 우리 경제를 뒤흔들어 놨던 사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어느 것도 예측대로 이루어진 것은 없다. 이런 사건들은 우리나라 서비스 업종의 근간을 흔들었고, 산업 질서를 재편했다. 이번 코로나19 이후에 또 어떤 시련이 우리에게 다가올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코로나19는 비대면(직접 만나지 않는 활동)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말을 우리에게 알려줬다. 그래서 많은 곳에서 비대면을 얘기한다. 정선5일장도 온라인이나 전화를 통한 비대면 판매 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정선5일장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체성이라는 상품의 특색이 확보될 때 비대면 판매 활동도 동력을 가질 수 있다. 정선5일장은 크게 두 가지 역할로 장의 역할을 한다. 하나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용품이나 생필품을 공급하는 전통적인 장(場)의 역할이다. 또 다른 하나의 역할은 정선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지역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역할이다. 다른 시골 장보다 정선5일장은 두 번째 역할이 더 크다, 그리고 이것이 정선5일장이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고, 정선 경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 기능이 무너지면 정선5일장은 그 의미가 없어진다.
소득이 향상되면 사람들은 타지역으로 여행이나 관광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소비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 정선5일장을 둘러보면 정선 특유의 상품이 아닌 것들을 유통하는 상점이 많이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불론 상인으로서는 더 잘 팔리고, 더 이익이 남는 장사를 하고 싶어 한다. 이는 돈을 최고로 여기는 자본주의의 순리이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관광지의 특색 있는 상품을 즐기려 한다. 그것은 경치일 수 있고, 먹는 것일 수도 있고, 즐길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여행과 관광의 목적이다. 그런데 점차 정선5일장에 정선 특유의 상품이 없어지고 있다. 이것은 정선5일장이 다른 지역의 소규모 장처럼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온다. 정선 레일바이크가 전국 최고의 즐길 거리일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타지역에서 우후죽순 더 나은 레일바이크가 만들어지자 정선의 레일바이크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다. 오늘 잘 되던 사업이 내일은 안 될 수 있고, 그동안 안 팔리던 음식이 어느 한순간 방송의 영향으로 불티나게 팔릴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는 내가 가지고 있는 나만의 특색을 잘 보전하고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나만의 것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정체성이다. 정선5일장이 정선5일장다움을 지켜내지 못하면 정선5일장은 관광지로서의 장터 역할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선5일장의 특색은 무엇이고, 정선5일장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나가야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정선에 살어리랏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라리사람들]정선 공영버스, 와와버스의 또 다른 의미(2020.12) (0) | 2020.12.02 |
---|---|
[아라리사람들]디지털 시대의 부음(訃音)과 위로[2020.08] (0) | 2020.08.04 |
[아라리사람들]재활용의 가치(202004) (0) | 2020.04.10 |
[아라리사람들]노인운전 교통사고 예방, 면허증 반납이 최선일까?(201912) (0) | 2019.12.12 |
[아라리사람들]소리와 소음 사이(201910) (0) | 2019.10.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