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장물(중고)시장
나는 시장 구경을 좋아한다.
젊은 시절 인천 살 때는 소래시장에 가끔 들러 새우나 꽃게를 잡아 들어오는 배나 시장 상인들이 물건 파는 모습, 흥정하는 모습 등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나이가 들어서는 청계천 황학동시장에 들러 잡동사니 파는 장면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얼마전 무한도전에서 GD와 정형돈이 갔던 종묘의 그곳이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특별히 중고 제품이나 골동품에 안목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사람 구경을 좋아한다.
싱가포르에 와서도 제일 먼저 찾아 구경하고자 했던 곳이 바로 중고시장이었다. 듣기는 많이 들었는데, 위치를 몰라 헤매다가 리틀인디아를 거쳐 시내 구경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방문하게 되었다. 원래 이곳은 싱가포르의 하층민들이 훔친 장물을 거래하던 블랙 마켓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력이 강화된 지금은 쓰던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 갈 때 주의할 점은 뭔가를 사겠다는 마음은 가지지 말고, 그냥 구경하겠다는 마음으로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물건이 너무 너무 중고다.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재활용 센터의 중고를 생각하면 절대로 안 되며, 그냥 버려진 물건을 파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맞지 않나 싶다.
위치는 리틀인디아(폭동이 일어났던) 근처 심림스퀘어 건너편이고, 지하철 공사장 담벼락에 장이 서기 때문에 지나면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버스로는 말레이시아를 오고가는 170번 버스 종점이다.
혹시 싱가포르에 와서 이곳을 방문하고 싶은 사람은 아래 지도를 첨부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이곳은 오후 1시부터 장이 서고 해 질 녘 7시쯤에 철시한다.
장이 서기 시작하면, 뜨거운 햇빛을 가리기 위해 천막 치는 작업을 한다. 아마 천막을 치지 않으면 종일 있다가 죽을지도 모른다. 이 천막은 하루에 한번씩 비가 오는 싱가포르 날씨 특성상 비가리개 역할도 같이 한다.
이곳에 가서 보면 알겠지만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이 든 노인들이다. 이곳에서 물건을 파는 노인들은 한국의 폐지 줍는 노인들과 같은 심정으로 생계를 위해 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각종 잡동사니가 있다. 골동품부터 집에서 쓰던 그릇, 가방, 심지어 가운데에 보면 부엌에서 쓰는 국자와 뒤집개도 있다. 물론 중고이다.
중고 신발과 그릇들. 중고라기보다는 버려진 신발들을 주워온 것 같기도 하다. 사진에 보이는 서양 관광객은 동양 그릇이 신기한 모양이다.
돌아다니다보면 사용하던 신발과 옷들이 많이 있다. 과연 누가 살까하는 생각이 드는데, 주로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저임금 외국 노동자들이 산다. 그들은 싱가포르 오차드 거리 상점에서 물건 사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5만 불 이상의 국민소득을 자랑하는 싱가포르의 뒤편에는 이런 저임금 외국 이주 노동자가 엄청나게 많이 있다. 아마도 싱가포르 방문시 오차드 거리나 관광지 말고 주택가를 돌아 다녀보면 수 많은 동남아 외국 노동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자제품 전문(?)매장, 핸드폰, 끊어진 전원코드 앞 부분, 각종 케이블 등등이 보인다. 나올지 모르지 시디도 있다.
위는 철시 시간에 찍은 사진이다. 해가 지려고 하니 서서히 짐들을 싼다. 개점 시간 보다는 날이 뜨겁지 않아 구경하기는 편한다. 자세히 둘러보니 이곳도 관리자들이 있어 시간이 지나면 철시하라고 안내를 한다. 역시 싱가포르이다.
Write 2013.06.15
Edit 2013.12.13
아래는 안내 지도이다.
넓게 그려진 사각형이 중고장터가 이루어지는 곳이며, 아래 A 라고 쓰여진 부분은 심림스퀘어이고, 왼쪽 위가 리틀인디아역이며, 부기스여과 그리 멀지 않으니 부기스 여행시 아랍스트리트를 거쳐 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