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기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한겨레신문사)-박민규

즐거움이 힘 2015. 9. 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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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블로그에서 썼던 글을 티스토리로 블로그 이전하면서 다시 올린 글입니다. 일부는 수정, 추가 되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오래전 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영화 감사용같은 류의  억지로 감동을 자아내는 스토리일 것 같아 읽지 않았다. 그리고 즐거움 보다는 성질(?) 또는 짜증이 날 것 같아 보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전 친구넘이 내가 인천에 살았다는 이유와 사회인 야구를 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전화까지 하면서 이 책을 추천해 주었다.

 

과거에 대한 두려움과 설레임속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장을 넘길때 마다 언제인지 기억 못했던 내기억이 되살아 나는 느낌이었다.

 

초등학교때, 일요일 아침이면 9시 교회 아침예배 시간전에 시합을 끝내기 위해 새벽6시에 친구들과 만나 야구시합을 하던 기억.

프로야구가 출범하여 자율학습시간에 몰래 중계를 듣던 시절의 기억.

6살 조카를 데리고, 인천 야구장을 갔던 기억(내년이면 결혼 할 조카는 야구장을 갈때마다 애인에게  이 때 기억을 얘기한다고 한다.)

현대 유니콘스가 처음으로 우승하던 인천구장에서 친구와 캡틴큐인지 나폴레옹인지 모르는 싸구려 기타제재주를 먹던 기억.

 

나에게 이 책은 그다지 감동스럽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책보다 더 구체적인 경험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내 머리속 깊이 있었던 기억을 되살리게 해준 것에 나는 감사한다.

 

현대 유니콘스의 우승 현장에 있었지만 별로 그쁘지 않았다던 주인공의 말은 이유가 어쨌거나 내가  가장 크게 공감할 수 있는 말이었다.


1998년, 인천 프로야구팀이 첫번째로 우승하는 역사적인 자리라 반드시 가야한다는 생각에 친구와 야구장을 갔었다. 양말속에 숨겨둔 싸구려 기타제재주라 분류되는 양주 아닌 양주 한 병과 함께.

하지만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승부가 극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냥  조금만 기뻤었다.이유는 간단했다. 우승한 팀이 삼미슈퍼스타즈가 아니어서 였고, 현대가 연고지를 서울로 옮길 것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내가 자랐고, 고향이라고 여겼던 인천이 또 버려질 것이라는 맘에 기쁘지 않았다.

 

얼마 후  현대는 떠났다. 그리고 SK가 들어왔다. 그 후  많은 투자를 하고 또 다시 우승을 했고, 올해도 우승을 했다. 모두들 SK가 최강이라 한다. 너무 잘해서 공공의 적이 되었다. 하지만 난 기쁘지 않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내 마음 속에 있는 인천 삼미슈퍼스타스를 대신할 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5.9.15 첨언

이 책은 아주 재미있다. 그리고 이후 박민규의 소설 어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나를 박민규의 팬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카스테라에서 아주 많은 실망을 했다. 어쨌거나 이 책은 95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저자
박민규 지음
출판사
한겨레신문사 | 2013-09-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늘 지기만 하는 야구, 삼미 슈퍼스타즈와 1980년대후일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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