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가꾸기
며칠 전 새벽에 일어나 비닐을 덮은(밀칭) 밭에 이제 곡식을 심을 때가 온 것 같다. 멀칭한 밭에는 옥수수와 감자를 심을 예정이다. 감자는 한 두 고랑 정도, 그리고 나머지는 옥수수를 심고, 토마토, 고추 등은 약간만 심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주위 분들에게 물어보니 정선에서는 감자가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한다고 해서 무작정 기다렸는데, 시장에서 알아보니 씨감자가 너무 늦어서 이제는 살 수가 없단다. 낭패다.
올 해 감자 농사는 이렇게 물건너 가나 보다 하는 순간에 구세주가 나타났다.
이번 일요일 집사람의 성화에 원주 5일장에 나갔었다. 그런데 그곳에 어느 할머니께서 자신이 심고 남은 씨감자를 팔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씨감자 전부를 3천원에 모두 가지고 가라고 한다. 망설임 없이 씨감자를 모두 샀다. 세어보니 약 20개 정도 된다. 아마 이 정도면 충분할듯 싶다. 평균 3쪽으로 나누면 60쪽이고, 보통 한 감자가 7~8개 정도 수확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월요일 정선으로 와서 감자를 심기 위해 감자를 자르기로 했다. 귀농 교육 때 배운대로 자르는 칼을 뜨거운 물에 소독했다. 혹시 병균이 옮을 수 있기에 소독하는 것이며, 한 칼만 쓰지 말고, 칼을 돌려 써야 감자에 병 걸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대충해도 된다고 하지만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교본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감자는 보통 싹을 기준으로 4등분을 한다고 하는데, 싹이 많이 나지 않아 우선 위에서 아래로 반 자르기로 했다. 자른 후 잘린 면의 상처가 치유되도록 재를 덮어 며칠 보관하거나 서로 면을 맞대어 보관하는데, 재를 만들 수 있는 볏짚을 구할 수가 없어 교본에 나온 대로 밑 부분 1cm 정도를 남겨 놓은 상태로 잘랐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두 면이 맞주보게 된다. 이렇게 2-3일 보관 후 감자는 심으면 된다고 한다.
이제 감자는 시간이 흐른 후 심으면 된다. 그리고 이날 원주 처형 댁에서 얻어 온 상추씨와 옥수수를 배양토를 넣은 트레이에 뿌렸다. 며칠 아무련 반응이 없더니 어제 보니 싹이 올라 왔다. 낮에는 변화가 없더니 밤새 싹이 튼 모양이다.
옥수수도 미리 육묘를 위해 트레이에 심었는데, 옥수수도 역시 싹이 조금씩 올라온다. 옥수수는 보통 14 ~20일 정도 육묘를 하고 심어야 한다. 트레이가 128포트 짜리이니 아마 80 ~ 100개 정도는 심을 수 있을듯 싶다.
그리고 이틀 후 ~~~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와서 상추와 옥수수는 비를 맞게 해주고, 감자를 심기로 했다. 원래는 잔뜩 피어나기 시작한 두릅을 채취하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하지 못하고, 주말 동안 이곳을 떠나 있어야 하기에 감자를 심기로 한 것이다. 비가 내리는 중 감자를 심으니 손과 발이 엉망이 되긴 했지만 땅이 잘 파져서 심기는 편하다.
심으면서 좀 크다 심은 감자는 다시 한 번 쪼개어 심었더니 멀칭한 밭의 두 골을 거의 차지한다. 올 해는 내 손으로 지은 감자를 먹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작년에는 봄에 가뭄이 들어 고민이 많았다고 하는데, 올 해는 봄에 비가 많이 온다. 비가 많이 오니 산에 심은 산삼 씨가 떠내려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비가 많이 오면 비가 많이 와서 고민 비가 안 오면 안 와서 고민 이것이 농촌의 삶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