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뮐세. 그러나 현실은
지난 5월 4일 정선에는 때 아닌 돌품이 불었다. 길가의 작은 전봇대가 아래 사진처럼 넘어갈 정도로 강력했고, 동네 농사 짓는 사람들의 피해 소식이 여기 저기서 들여왔다. 피해는 우리 농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람 불던 날은 위험해서 농장에는 가 보지 못하고, 다음 날 농장이 있는 산에 올라가 보니 여기 저기에 나무가 쓰러져 있었고, 혼자 치울 수 없어 며칠을 기다리다가 어제 비로서 동료들과 함께 본격적인 복구를 위해 산에 올랐다. 다행히 농장으로 올라 가는 임도는 요즘 산림 작업을 하는 인부들이 자신들의 통행로를 확보하기 위해 정리를 해 놓았다. 만일 이 분들이 없었다면 이것도 모두 우리가 해야할 일이었다.
임도를 가로 막고 쓰러졌던 나무는 치워져지만, 쓰러진 나무의 일부는 농장 울타리를 넘어 뜨리고, 삼을 심어 놓은 농장 쪽으로 쓰러진채 밭을 짓뭉개놓았다.
바람이 얼마나 강했는지 나무 허리가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울타리 옆으로 쓰러진 저 나무 밑에는 2015년 심어 놓은 산양삼들이 자라고 있다. 수동톱으로 가지라고 치고 옮겨 보려 했지만 가지들이 워낙 커서 불가능했다.
길 가에는 뿌리 깊은 전나무도 뿌리채 뽑혀 있었다.
급히 마을로 내려가 지인에게 엔진톱을 빌려 나무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나무 크니 한 개 작업에도 2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힘들게 울타리 상부 쪽 작업을 마치고, 아래 쪽으로 내려오니 그곳은 더욱 처참했다. 나무 서 너 그루가 허리가 부러진채 서 있었고, 일부는 뿌리가 뽑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허리가 뿌러진 나무들의 가지가 경사 아래 쪽인, 몇 년동안 삼을 키우던 곳으로 쓰러져 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니 하루라도 빨리 나무를 잘라 밭을 정리할 수 밖에 없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무 가지를 하나씩 치다 보니 어떤 나무는 나무의 맨 꼭대기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아마도 언제가 번개에 맞아서 나무 가지가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 번개에 맞아 화상을 입고도 견뎌 내었던 나무가 거센 바람에 허리가 잘라져 버렸다니 어려서 읽었던 햇님과 바람이라는 우화가 생각났다.
잘려진 나무의 나이테를 보니 아마도 족히 50년을 되었을 법한데 한 순간 바람에 부러지고 말았으니 안타갑기 그지 없었다.
어떤 나무는 허리가 부러져 쓰러지면서 가지의 일부가 삼 밭의 중앙에 꽂혀 버렸다. 장정 둘이서 가지를 빼려고 힘을 써 봤지만 뺄 수가 없어서 결국 이 상태로 놔두기로 했다.
바람에 쓰러진 나무 4그루와 주변에 쓰러진 가지를 치우고 나니 하루가 다 갔다. 나무를 다 치우기는 했지만 며칠 동안 커다란 나무에 눌려 있던 산양삼들이 과연 다시 살아 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모진 바람을 맞고, 나무의 무게에 눌리고, 가지에 잎을 쓸렸지만 단 하나의 삼이라도 더 살아 남아서 농장 수익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기도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