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슬슬 농사를 시작해 볼까나?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농부는 조금씩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올 한 해 농사를 정월 대보름을 기점으로 준비하기 때문이지요. 보통 이때가 되면 밭 관리를 시작합니다. 퇴비를 뿌리고, 로타리 즉, 밭을 갈게 됩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난 후에 곡식을 뿌리곤 합니다. 퇴비를 뿌린 후 바로 곡식을 심으면 퇴비에서 열이 나와 곡식이 상하기 때문이지요.
어쨌든 얼마 전 배운 고사리 재배 방법에 따라 고사리를 심을 예정지(밭)을 준비해야 해서 산에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요 며칠 꽃샘 추위가 맹위를 떨칩니다. 걱정을 안고 산에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올라가는 길이 빙판입니다. 처음엔 이륜으로 올라갔는데, 중간에서 차가 올라가지 못합니다. 어쩔 수 없이 후진으로 내려와서 4륜을 넣고 다시 겨우 올라갔습니다.
고갯길을 겨우 올라가보니 언덕 위의 해가 드는 곳은 길에 깊은 골이 파혀있습니다. 아마도 얼마전 다른 차량이 이곳을 지나가 길이 파인 상태에서 땅이 얼어버려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잘못하다가는 차가 빠져 진퇴양난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길 가장자리로 조심 조심 겨우 빠져나갔습니다.
겨울 산에 올라 예정지로 가보았습니다. 아래 보이는 땅이 저희 농장 밑의 고사리 예정지입니다. 약 1200평 규모입니다. 이곳은 참 재미있는 곳입니다. 상 중턱에 이렇게 큰 구릉이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긴 곳이라 합니다. 음지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네요. 아마도 며칠 전 눈이 오고, 날이 갑자기 추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 밭을 갈려고, 트랙터를 빌려 놨는데 그전에 눈이 녹기를 바랍니다. 혼자 올라간 길이라 산돼지도 무섭고 해서 대충 훑어보고, 바로 내려왔습니다.
이제 내려가는 길이 문제입니다. 빙판길은 올라오는 길은 상관이 없는데 내려가는 길이 무섭습니다. 내리막은 4륜도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조심하는 수밖에. 어쨌든 온 신경을 곤두세워 무사히 내려왔습니다. 다음 주 밭 가는 날 이전에는 올라가지 말아야겠습니다.
밭을 둘러보고, 가는 길에 정선 벽탄 초등학교 입학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길래 가까이 가서 자세히 봤습니다. 올해 두 명의 학생이 입학한다고 합니다. 여학생 한 명, 남학생 한 명 현수막의 좌청룡 우백호네요. 현재 이 학교의 전교생은 25명이라고 합니다.
저와 같이 일하는 후배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원주민들이 모두 이 학교를 나왔고, 가리왕산 지역 주민들의 대소사를 개최하는 장소이며, 지역의 상징적이고, 추억의 장소인 만큼 학생 수가 작다는 이유로 시골의 작은 학교가 없어지는 일이 없었으며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