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곱창
오늘 선형이랑 뭐 먹지?
뭔 고민이야, 당연히 곱창이지.
그렇지?
서울에 있는 딸을 만날 오랜만에 같이 식사를 할려하면 우리 부부의 대화는 늘 이렇다. 장소는 어디이든 상관없다. 그곳이 서울이든 우리가 살고 있는 원주이든.
5월 5일 어린이 날, 춤바람 난 집사람의 줌바 공연 관람 차 일산 호수 공원에 들렀다가 딸을 만나러 서울 홍은동에 갔다. 저녁 시간이라 위의 대화처럼 딸에게 물었다. "뭐 먹으래?" 엄마, 아빠의 물음에 고민하는듯 하던 딸의 대답은 역시나 똑같은 대답이다. "곱창" "내가 이곳에 이사와서 꼭 한 번 가고 싶은 집이 있었는데, 갈 수가 없었거든, 엄마, 아빠가 왔으니 거기에 한 번 가보자. 조스곱창(조s곱창)"
그렇게해서 우리는 그곳에 갔다.
출처-조스 곱창 홈페이지
휴일 저녁인데, 의외로 손님이 한 테이블밖에 없다. 그러나 직원3명은 열심히 주방을 청소하고, 이것 저것 준비 중이라 바쁘다. 분위기는 그간 아저씨인 내가 다녀 본 곱창 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곱창 집이다. 곱창 냄새도, 술 냄새도 나지 않는 어찌보면 조용한 식당 같기도 하고, 분식 집 같기도 한 그런 집이다.
출처-조스 곱창 홈페이지
무엇을 먹을지 몰라 둘러보니 메뉴판과 추천 메뉴인듯한 음식의 사진이 보인다. 곱창을 워낙 좋아하는 딸이다 보니 일단 음식 맛을 볼 심산으로 곱창 2인분 매운 맛과 간장 맛을 각각 시켜 본다. 거기에 치즈 추가.
곧이어 메뉴가 나온다. 그동안 내가 먹던 그 곱창이 아니다. 돼지곱창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돼지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음식이 담겨온 프라이팬 안의 음식 배치도 쾌나 깔끔하다.
출처 - 조스곱창 홈페이지
셋이서 "어..특이하네"하며, 이것 저것 먹어본다. 그리고 "맛있네"를 연발한다.
운전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술을 먹지 않고 먹다 보니 갑자기 밥이 땡긴다. 메뉴에 있는 볶음밥을 시키니 잘 볶아진 볶은 밥이 우리가 먹던 구이팬에 같이 놓여진다. 또 허겁지겁 먹는다. 그런데 3명이 2인분은 역시 양이 적다. 추가로 음식을 주문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막창이다. 막창 소금구이를 시켜본다. 그리고 이번에는 볶음밥을 같이 시킨다.
이것 또한 새로운 맛이다. 한참을 먹다 보니 젊은 사장님이 서비스입니다 하고 해장라면을 내온다.
라면 면발과 콩나물이 어울러진 시원한 라면이 술을 깨우는 것이 아니라 술을 부른다. 그러나 운전을 해야할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해장 라면만을 즐긴다.
사실 딸 아이가 좋아하는 곱창은 소곱창 구이였다. 그러나 학생 신분의 딸 아이의 입장에 소곱창 구이를 먹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곱창 집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 것이다. 그리고 딸 아이는 이곳의 곱창을 소곱창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돼지 곱창이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돼지 곱창은 야채와 순대가 함께 뽂아져 나오는 신림동 식의 뽂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에 딸과 함께 먹은 곱창은 아주 색달랐다. 특히나 젊은이들이 좋아할 퓨전 스타일의 음식이었다.
정신 없이 먹다보니 어느새 매장에는 서너 테이블의 사람들이 더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가 너무 일찍 왔던 모양이다. 손님들 중 일부는 항상 만석인 가게를 보고, 식구들 함께 꼭 와 보고 싶었다며, 처음 온 사람들도 있었고, 또 다른 일부는 단골인 듯 주인과 아주 친밀하게 대화하며 음식을 시키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쨌든 그 날 우리는 그곳에서 그 동안 먹었던 돼지 곱창이 아닌 색다른 돼지 곱창을 맛 보았다. 그곳은 홍은동 조스 곱창(조s곱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