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새.끼가 리틀인디아에 울려 퍼진 사연!
매주 일요일 축구를 하다 보면 한국이나 싱가포르나 축구 하는 사람들 모습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구성원들의 면면을 보면 언제나 소리만 지르면서 정작 자기는 뛰지 않는 사람, 누가 살짝 부딪히면 마치 총 맞은 것처럼 헐리우드 액션으로 나뒹구는 사람, 형편없는 실력이면서도 본인 스스로는 자기를 축구 천재 메시로 생각하는 사람, 실력은 안되지만 그냥 축구가 좋아서 오는 사람 등. 이렇다 보니 이곳에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한국과 비슷하다.
어제는 이런 저런일로 인해 3주 만에 축구를 하러 축구장에 나갔다. 날씨도 흐리고 가끔 비가 오고 해서 축구 하기에는 너무도 좋은 날씨였다. 경기가 시작되고, 전반 초반에 나의 날카로운 택배 어시스트(? - 믿거나 말거나)로 선취골을 넣은 우리 팀은 후반 종료 직전까지 리드를 이어가다가 종료 직전에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후 몇 번의 역전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결정적인 찬스에서 인도계 싱가포르인인 "아리수"가 계속 어이없는 실수를 해 우리 팀의 일부 팀원들이 약간 기분이 상해 있었다. 기분이 상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화를 내는 일은 없고, 약간의 농담조의 싫은 소리로 핀잔을 주곤 한다. 그리고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그런데 경기 종료 후 약간 경기에 만족 못 한 우리 팀의 동료가 나에게 오더니 말을 건넨다.
"한국말로 퍽큐를 뭐라고 해? "
난 이해를 못 해서 다시 물었다.
"뭐라고?"
"한국말로 퍽큐를 뭐라고 하냐구?"
이말에 난 당황했다. "Thank you", "I am sorry" 이런 말들을 한국말로 어떻게 하는지 묻는 말은 들어봤지만 퍽큐를 한국말로 어떻게 하는지 하는 질문은 처음이고, 더욱이 욕을 어떻게 하냐라는 질문에는 도대체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욕이 어디 한 두개인가? 숫자로 시작한 욕부터, 특정 신체 부위를 표현한 욕까지 그 많은 욕 중에 퍽큐를 표현할 수 있는 욕을 고르기는 로또 숫자를 선택하는 일보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나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한국에서 제일 쉽고, 일반적이고, 그래도 듣는 사람이 기분은 나쁜 그런 욕인 "개새끼"라고 그와 그 옆의 동료에게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동료와 그 옆의 동료는 번갈아 가면서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개,대,끼" "개,대,끼"를 반복 연습을 하며 나에게 발음 지도를 요청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들에게 정확한 발음으로 "개.새.끼"를 가르쳐 주었다.
잠시 후 어느 정도 발음 교정이 되었다고 생각했던지 나에게 "개.새.끼"를 배우던 둘은 서로 자랑을 하듯이 운동장을 향해 번갈아 아주 큰 소리로 외쳤다.
"아리수, 개 새 끼!"
"아리수, 개 대 끼!"
이리하여 어제 "개 새 끼"라는 대한민국 대표 욕이 싱가포르 폭동의 중심지였던 리틀인디아 주변에 메아리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물론 그 소리를 들은 아리수는 쟤네 뭐라는 거야? 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귀를 후비며, 집으로 갔다.
PS
소리치는 소리에 깜짝 놀란 나는 그들에게 한국에서도 잘 안 쓰는 험한 욕이니, 절대로 쓰지말라고 당부를 하고 집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