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소녀
위의 사진과 아래의 사진들은 며칠 전 MRT(전철)역에서 본 광경을 사진으로 찍은 것입니다.
지하철역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본 사진인데, 초등학교 5 ~6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두 소녀가 자전거를 가지고 무언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전거 체인이 빠져서 체인을 끼우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실랑이를 하길래 주위를 돌아보며 자세히 봤더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 두 학생은 자전거 체인을 끼우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 두 대를 분해해서 새로운 한 대를 만드는 중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불행히 새로운 한 대가 되기 위해서 분해되어 뒤 바퀴가 없어진 자전거입니다. 학생들 뒤 쪽으로 갔더니 이 자전거가 있었습니다. 자전거옆에는 작업용 멍키스패너도 있습니다.
멀쩡한 자전거 앞에 있는 바퀴가 지금 만지고 있는 자전거의 원래 바퀴입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전거에서 바퀴를 빼고, 뒤에 있는 자전거에서 뺀 바퀴를 끼는 작업 중입니다.
바퀴가 생각보다 잘 안 맞는 모양입니다. 이리 누리고, 저리 누리더니 위 사진에 있던 멍키스패너를 가져다가 마구 두드리기도 합니다. 줄 무늬 노란 옷을 입은 학생은 손이 체인의 기름으로 뒤범벅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두려움이 없습니다.
혹시 자전거를 훔쳐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는데, 싱가포르에서 저 정도 과감히 다른 사람 것을 훔치는 행위는 전혀 불가능합니다. 작업 끝까지 보고 싶었으나 버스가 오는 바람에 작업 마지막까지 볼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버스를 탈 때쯤에는 바퀴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저런 작업은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새로운 것을 살 돈이 없어서 저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 소녀들이 과감히 손에 기름을 묻혀 가며 작업을 하는 것이 무척이나 대견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 아이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주 훌륭한 엔지니어가 되었으면 좋겠다하는 나의 작은 바람은 있었으나 그것은 저 소녀의 환경과 본인의 노력 그리고 아무도 알 수 없는 운(?)이 결정지어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