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로 시작되는 소설 설국의 첫 문장은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는 소설 안네카레리나의 첫 문장만큼이나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은 이번에 처음 이 소설을 읽었다. 소설 설국은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이다. 책의 분량은 152쪽에 불과하다. 마음먹고 읽는다면 몇 시간 만에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 대해서는 어디에선가 많이 들은 것 같은데 기억은 잘 나지 않고, 어쨌든 이번에도 빨간책방 덕분에 읽게 되었다. 책의 분량이 작다보니 내용은 그다지 흥미롭거나 많은 사건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작가의 문장 표현력은 내가 본 어느 책보다 훌륭했다. 사실 이런 외국 작가의 번역본을 읽다 보면 원작의 표현이 정말로 이런 것이었는지 아니면 번역가가 번역을 잘한 것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책이라니 번역보다는 원작 자체가 훌륭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한글로 된 책을 읽은 본인으로서는 한글로 번역된 문장들도 무척이나 좋았다.
가끔 문장 좋은 소설들을 읽다보면 똑같은 사물과 풍경을 보면서도 글을 쓰는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멋지고, 훌륭하게, 독자의 머릿속에 풍경이 그려질 수 있도록 글 쓸 수 있을까 하고 놀랍기도하고, 어쭙잖게 부럽기도 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터이고, 나는 이런 글을 읽고, 이렇게 짧은 글을 쓰는 것만이라도 만족해야할 듯하다. 어쨌거나 눈 오는 겨울에 읽는 이 책은 책을 읽는 잠깐이라도 눈의 나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점수는 8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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