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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60

한 겨울의 두더지 눈이 많이 내린 날이었다. 사무실 밖은 온통 하얀색이다. 저 멀리 보이는 치악산은 눈이 많이 내려서인지 더욱 아름다웠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쓰는 공유 사무실이기에 온풍기는 각 사무실에 설치되어 있지 않고, 복도나 사무실 칸막이 위 천장에 설치되어 있다. 오늘 같이 추운 날은 사무실 문을 열어 놓아야만 따뜻한 온기를 더 느낄 수 있기에 사무실 문을 반쯤 열어 놓고 일을 하고 있었다. 잠깐 머리를 돌렸을 때, 열린 사무실 문틈으로 보이는 복도에 나뭇잎으로 보이는 검은 아니 갈색 물체가 덩그러니 떨어져 있었다. 아마도 내가 기르고 있는 그렇지만, 사무실이 비좁아 복도에 내놓은 고무나무에서 떨어진 나뭇잎이라 생각했다. 한 시간 여가 지난 후 잠시 쉬려고 했을 때도 그 나뭇잎은 그대.. 2022. 12. 26.
빨간 책방 종영 그리고 아쉬움 “잘 나갈 때 떠나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하는 행동 중의 하나이다. 세상에 누가 잘 될 때 그만두고 싶을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도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며칠 전 우연히 본 이동진의 빨간책방 종영 소식은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고 슬프다. 결과론적이지만 차라리 300회 특집을 마친 작년 말에 종영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을 유튜브로 옮긴 후 3개월 만에 종영하고 말았으니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빨간책방이 나에게 준 영향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특히 내게 책 읽는 재미와 책 읽는 방법, 책 선택의 길을 알려준 것은 내 독서 인생에 잊지 못할 고마운 선물이 아닐까 싶다. 물론 물질적으로는 리뷰를 통해 받은 안경과 펜 그리고 몇 권의.. 2019. 6. 27.
한국 버스 그리고 싱가포르 버스 가끔 서울에 볼 일이 있어 갈 때면 기차역이나 터미널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곤 한다. 전철과 다르게 버스는 자주 타지 않아 생각지도 않은 차비를 더 내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작은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어느 날 인천에서는 시내버스를 타면서 천 원짜리 지폐를 지폐 투입구에 넣지 않고 기사에게 건네 줘서 핀잔을 들은 적도 있었다. 최근에는 미처 몰랐던 버스 과금 시스템을 새롭게 알게 된 두 가지 일화가 있었다. 한 달 전쯤인가 역에 도착하여 집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어차피 환승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내로 향하는 버스를 무작정 탔다. 버스에서 내린 후 집앞까지 가는 버스로 환승을 하는데 또 과금이 되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처음에 탄 버스는 5-3번이고, 환승한 버스는 5-1.. 2018. 3. 2.
영화 "1987"과 "국제시장" 영화 “1987”을 보았다. 나와 같은 85학번인 부인과 군 제대 후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과 함께였다. “응답하라! 1988” TV 드라마가 열풍을 일으키던 때,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의 대학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비슷한 시기이기는 했지만 그 드라마의 배경은 이미 내가 대학을 떠난 후의 모습이었고, 최루탄의 매캐한 연기와 깨진 보도 블럭, 화염병에 둘러 쌓여 있던 나와 집사람이 다니던 대학 모습은 아니었다. 그런데 영화 “1987”은 내 삶의 한 가운데라고 할 수 있는 대학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학생 운동을 하며 이후 당연히 나아갈 길로 여겼던 노동 운동의 영역을 기웃거리던 그 시절이었다. “1987”은 드라마.. 2018. 1. 29.
출장과 여행 사이(베니키아 월미도 더블리스 호텔 투숙기) 연말이 되니 이러 저러한 모임이 많다. 하지만 시간적인 문제와 술을 먹어야 하는 모임의 특성상 지방에 사는 나로서는 외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주 참석하지 못한다. 강원도로 이사한 후 여러 가지 핑계로 참석을 하지 않다가 올해는 서울 출장과 날짜가 겹쳐 겸사겸사 인천 친구들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다. 어차피 1박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먼저 숙박 시설을 알아봤다. 사실 언젠가부터 베니키아 호텔 체인을 이용하는지라 이번에도 베니키아를 이용했다. 모임 장소가 동인천이라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월미도에 위치한 베니키아 월미도 더블리스 호텔을 예약했다. 평일이라 가격도 저렴했고, 그동안 쌓아놓은 마일리지가 있어 30%로 할인된 35,000원의 가격으로 예약을 했다. 서울에서 일을 마친 후 오후 늦게 .. 2017. 12. 9.
인천 맛집 이화찹쌀순대의 폐업과 몇 가지 추억 2017년 12월 8일 다시 가보니 이화 순대가 문을 열었습니다. 3개월 정도 휴업을 했고, 11월 말부터 다시 영업 중에 있다고 합니다. 소문대로 주인이 바뀌었고, 현재 기존 사장님과 직원들이 인수 인계 차원에서 같이 일을 하고 계십니다. 조심스럽게 직원분께 매각 이유를 물어보니 기존 사장님이 건강이 조금 안 좋으시다가 직원분께서 말씀을 하십니다. 앞으로는 일요일만 쉬고, 월요일에는 영업을 한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이화순대가 다시 영업을 해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옛날 그 맛과 그 추억이 남아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볼일이 있어 인천에 갔다. 고향인 인천에 가면 내가 꼭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인천 도원동에 있는 이화찹쌀순대이다. 이 집은 인천에서 최고의 순댓국집으로 꼽히는 쾌 맛있는 집이다.. 2017. 9. 28.
운동(sports)과 운동(movement) 어제 누군가의 페이스북을 보고서야 오늘이 6.10 항쟁 30년 되는 날인 것을 알았다.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 내 자식들이 당시의 내 나이가 된 것이다. 그 시절을 생각하다 불현듯 30년 전이 아닌 32년 전 어느 봄날이 떠 올랐다. 대학 신입생이었던 32년 전 어느 4월의 봄 날, 하루를 무료해 하며, 잔디밭에서 뒹굴뒹굴하던 그 날. 신입생 환영회 등에서 낯을 익혔던 과 선배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었다. "너는 써클(동아리) 활동 안 하나?" "아니요. 이제 들어가려고 여기 저기 알아보고 있어요" "어떤 써클?""뛰고, 던지고, 땀을 흘리는 써클이요" "그래? 너랑 딱 맞는 데 있다.내가 소개해주마" 어려서부터 운동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유일한 취미 생활이 운동이었던 나는 당연히 축구.. 2017. 6. 10.
여름과 리뷰의 공포 “페이스북을 통해 박현준 님이 올려주신 글인데요…….” 라는 소리에 습관적으로 잡고 있던 자동차 운전대를 놓칠 뻔 했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얼굴에 엷은 미소가 띠어졌고, 심장은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했다. 입에서는 “또 나오네? 빨간 책방에는 리뷰 쓰는 사람이 나뿐이 없나? 이거 뭐 방송에 자꾸 나올까봐 어디 리뷰 쓰겠나?“ 라는 말과 함께 자만심에 가득한 헛웃음이 내 입에서 나왔다. 빨간책방에 첫 리뷰가 소개된 후 벌써 세 번째 팝캐스트 빨간 책방에 내 리뷰가 소개된 것이다. 처음엔 재미있고, 유익한 방송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과 안경테를 나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금의 사심에 리뷰를 썼는데, 그 글이 뜻하지 않게 방송에 소개되어 안경테를 선물로 받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었다. 선물을 받은 후.. 2016. 6. 17.
닭 때문에 못 살겠다. 이른 아침마다 초록의 잔디가 깔린 마당을 비추는 연한 햇살,막 일어난 더벅머리 총각의 머리처럼 산발한 개복숭아 나뭇가지와 그 위에서 재잘 되는 새 소리, 노랑색이라 해야할지 주홍색이라 해야할지 모르겠는 저녁 햇살이 비추는 밭두렁,고된 하루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농부를 맞이하는 개 짖는 소리,굴뚝에 모락모락 하얗게 피어나는 연기에 맞춰 여물 달라고 우는 소의 모습,그리고 작은 바람에도 살랑이는 길가의 이름 모르는 수많은 꽃과 나물. 24시간 울려 퍼지는 도시의 소음과 바라보는 어디에나 있는 현란한 인공 조명에 지친 우리에게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잠깐은 너무 많이 사용하여 닳아버린 힐링이라는 단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평안함과 안식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이런 일상을 오래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며 사람.. 2016. 6. 4.
K-팝스타의 안예은과 응팔의 정봉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2월 말의 어느 날, 그리고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가 문 앞에 다다랐을 저녁 때쯤, 무의식적으로 TV를 켠 후 리모컨으로 채널 변경을 하다가 K-POP STAR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느 가수 지망생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런 경연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특별하지 않았다면 무의식적으로 다른 방송으로 채널을 돌렸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잠시 이 참가자의 노래를 듣다가 독특한 그녀에게 잠시나마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 참가자는 말할 때 입 모양이 약간은 삐뚤어진 듯했고, 수줍어하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말할 줄 알았으며, 노래할 때는 아주 특이한 음색으로 노래하고, 더욱이 자작곡인 노래를 부르는 싱어송라이터였다. 그리고 다른.. 2016. 3. 29.
헌책방과 알라딘 중고서점 부천점 방문기 헌책방에 다니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헌책방이 새 책방보다 여러 면에서 만만하다. 드나들기도 만만하고, 책 보기도 이미 때가 묻어있으니 만만하고, 책의 가격도 만만하다. 그렇다고 모든 헌책방이 똑같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내가 주로 다니는 헌책방들도 나름 부류가 있다. 우선 첫 부류는 단양 새한 서점 같은 테마가 있는 서점이다. 사실 새한 서점을 테마가 있는 곳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이런 부류의 서점은 새한서점뿐이 다녀온 곳이 없어서 그냥 그렇게 말한 것이다. 새한서점은 영화 내부자들 촬영지로 알려진 이후 매스컴에 많이 오르내리는 곳이다. 아마 개인적으로 3번 정도 일부러 찾아갔던 것 같다. 하지만 이곳은 갈 때마다 실망하고 온다. 주변 환경에 비해 책의 보관 상태나.. 2016. 3. 5.
하루 늦게 도착한 크리스마스 선물 참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런 행운이 나에게도 오다니...... 크리스마스가 하루 지난 어제 아침, 일찍 현관 초인종이 울렸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잠옷을 입은 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중이라 인터폰으로 먼저 현관 밖을 확인해 보니 우체국에서 택배가 왔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도 지났는데 산타클로스가 왔을 리도 없고, 얼떨결에 잠옷을 입은 채로 나가 보니 우체부가 작은 택배 상자를 건네며, 본인 확인 사인을 하라 하여, 엉거주춤 서명을 했다. 추운 날씨에 흐트러진 잠옷 깃을 나도 모르게 다시 잠그고, 거실로 들어서며 택배 상자를 보는 순간 '아! 드디어 그것이,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며, 내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번졌다. 다른 글에서도 몇 번 밝혔듯이, 나는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라는 팝.. 2015.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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