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빨간 책방 종영 그리고 아쉬움

by 즐거움이 힘 2019. 6. 27.
반응형

잘 나갈 때 떠나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하는 행동 중의 하나이다. 세상에 누가 잘 될 때 그만두고 싶을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도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며칠 전 우연히 본 이동진의 빨간책방 종영 소식은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고 슬프다. 결과론적이지만 차라리 300회 특집을 마친 작년 말에 종영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을 유튜브로 옮긴 후 3개월 만에 종영하고 말았으니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빨간책방이 나에게 준 영향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특히 내게 책 읽는 재미와 책 읽는 방법, 책 선택의 길을 알려준 것은 내 독서 인생에 잊지 못할 고마운 선물이 아닐까 싶다. 물론 물질적으로는 리뷰를 통해 받은 안경과 펜 그리고 몇 권의 책도 있다. 그리고 나 또한 내가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품을 빨간책방에 협찬하여 고마움을 표시했고, 가능하면 많은 리뷰를 쓰려고 애썼다. 빨간책방은 정선과 원주를 오가며 생활을 하는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동반자였다. 어느 방향으로 이동을 하든지 출발하기 직전이면 제일 먼저 핸드폰을 준비하여 방송을 들을 준비를 했었다. 1시간 반 정도의 이동 시간은 한 편의 에피소드를 듣기에 아주 적절한 시간이었고, 빨간책방을 들으면 지역을 지날 때마다 바뀌는 라디오 주파수를 신경 쓸 필요도 없었고, 혼자 차를 타고 가도 마치 여럿이 함께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디 운전할 때뿐일까? 정선 산양삼 밭의 풀을 멜 때도, 가리왕산을 산책할 때도, 심지어는 예초기를 돌릴 때도 나의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는 빨간책방에서 흘러나오는 이동진의 목소리가 어떤 때는 김중혁, 어떤 때는 이다혜의 목소리와 함께 흘러나왔었다.

 

 

 

빨간책방은 올 3월 갑자기 팟캐스트 음성 방송에서 유튜브 영상 방송으로 자리를 옮겼다. 항상 이동하면서 차에서 듣던 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유튜브로 옮긴 후 인터넷 공간에는 아쉬움을 표하는 글들이 많았다. 대부분 나처럼 음성 방송에서 영상 방송으로 전환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음성 방송은 다른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영상 방송의 경우 눈을 고정하지 않으면 방송을 들을 수 있을지언정 볼 수는 없다. 영상으로 제작된 방송이기에 음성으로만 듣는 것은 제작자의 의도가 청취자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 대부분 팟캐스트 이용자들의 아쉬움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빨간책방을 유튜브로 옮기면서 내세운 명목은 시대의 변화에 맞게 제작 환경이나 방송 환경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나 같은 청취자는 듣거나 보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3개월 후 빨간책방은 마지막 방송이 진행되고, 빨간책방은 유튜브에서조차 종료되었다.

 

나는 빨간책방이 유튜브로 전환하면서 그동안 빨간책방을 듣던 청취자들의 성향에 대한 조사나 배려가 없었던 것에 대해 아쉬움과 약간의 분노가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방송을 해왔던 이동진 씨나 빨간책방 관계자 그리고 위즈덤하우스가 애청자를 쉽게 버리는 사람들이 아닐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다. 그리고 이번 유튜브 방송 종료, 빨간책방 종방이라는 사실을 접하면서 내 나름대로 상황 정리를 해봤다. 지난 봄 팟캐스트 방송에서 유튜브로 방송을 옮길 때 이미 빨간책방은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 나는 추측한다(이유야 무엇이든). 그러나 갑자기 방송을 끝내기는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운 점이 있었고. 탈출구로 유튜브 방송을 해보고 성공여부에 따라 계속 방송을 하던지 아니면 적절한 시기에 방송을 종영하는 것으로 이미 예정되었던 것 같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영상 방송은 개인이 1인 미디어로 방송하는 방송이 아닌 이상 생각보다 많은 장비외 비용 인원, 시간이 들어간다. 이 모든 것을 계량화하여 측정하면 아마 음성방송보다 10배 이상 정도 더 들어 갈 것이다. 오랫동안 IT 업종에서 있었던 내 경험으로는 그러하다. 만일 빨간책방이 1인 미디어였다면 카메라 한 대로 찍어 단순한 영상을 내보내는 아주 쉬운 작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빨간책방 정도의 유명한 방송이 그리고 공중파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출연자들의 대담 영상을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더 많고, 더 좋은 카메라가 필요했을 것이고, 전문 영상 촬영자, 영상 편집자도 필요했을 것이다. 결국 이것은 더 많은 인원, 더 큰 비용을 요구했을 것이다. 그러니 팟캐스트보다 쉽게 정착할 수 없었을 것이고 이는 결국 종영이라는 길로 가게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출처 : 빨간 책방 페이스북

원인과 과정이 이러했다 해서 빨간책방이 나에게 준 영향이 없어지거나 감소하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빨간책방의 종영 과정은 너무 아쉽다. 만일 유튜브로 넘어가지 않고 팟캐스트에서 계속했다면 어땠을까? 아니 그냥 팟캐스트에서 고별 방송을 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어쨌든 이제 내 독서의 길잡이였던 빨간책방이 종영했다. 이제부터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책을 선택해야할까 하는 두려움도 생긴다. 마치 망망대해를 등대의 빛 하나만으로 항해하던 배가 갑자기 꺼져 버린 등대를 우두커니 그저 바라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등대가 없으면 하늘의 별을 보고 운행하는 배처럼 나도 스스로 독서의 방향을 찾아 가는 배가 되면 되긴 한다. 앞으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보련다.

 

마지막으로 빨간책방이 왜, 어떻게 종영이 되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종영 아쉬움을 제작자, 애청자들과 나도 같이 나누고 싶었는데. 왠지 모르게  빨간책방에서 다루었던 샘통의 심리학에 나오는 심리처럼 나는 같이 슬퍼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쉽다. 아마도 팟캐스트에서 유튜브로 떠날 때 속상함이 내 마음속 깊이 남아 아쉬움의 감정을 방해하는 것 같다. 그동안 무척 고생한 이동진, 김중혁, 이다혜, 허은실, 최동민 그리고 위즈덤하우스에 진실한 마음을 담아 고마웠다고 말하지 못하게 된 것이 무척 아쉽다. 하지만 그래도 이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