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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여름과 리뷰의 공포

by 즐거움이 힘 2016.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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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을 통해 박현준 님이 올려주신 글인데요…….” 라는 소리에 습관적으로 잡고 있던 자동차 운전대를 놓칠 뻔 했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얼굴에 엷은 미소가 띠어졌고, 심장은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했다. 입에서는 “또 나오네? 빨간 책방에는 리뷰 쓰는 사람이 나뿐이 없나? 이거 뭐 방송에 자꾸 나올까봐 어디 리뷰 쓰겠나?“ 라는 말과 함께 자만심에 가득한 헛웃음이 내 입에서 나왔다.


빨간책방에 첫 리뷰가 소개된 후 벌써 세 번째 팝캐스트 빨간 책방에 내 리뷰가 소개된 것이다. 처음엔 재미있고, 유익한 방송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과 안경테를 나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금의 사심에 리뷰를 썼는데, 그 글이 뜻하지 않게 방송에 소개되어 안경테를 선물로 받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었다. 선물을 받은 후 기다리는 설렘과 감사하다는 답글을 썼더니 그게 또 방송을 탔다. 그리고 이번에는 여행 관련 책에 대한 이야기 중 이동진 진행자의 정선에 얽힌 에피소드가 나오길래 정선에 귀촌해 사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마음에 페이스북을 통해 짧은 댓글을 달았는데, 그 글이 또 소개 된 것이다. 그런데 방송이 나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 아닌 문제가 그다음에 발생했다.




방송이 나온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물 당첨자 확인을 해보니 안경테를 받을 당첨자에 또 내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이었다. 순간, 기쁨과 동시에 전에 안경테를 받은 사실이 떠올랐고, 괜시레 꺼림칙한 마음이 엄습해왔다. 한 청취자가 두 번씩이나 안경테를 받는 것이 공평하고, 올바른가 하는 당치 않은 고민이 생긴 것이다. 월드컵 축구 예선 중, 본선에 자력이 아닌 타 팀 결과에 의해 올라가는 경우의 수를 고민하듯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고민했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내가 불법이나 편법을 쓴 것도 아닌데 상품 받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이 이렇게 양심에 찔려야 하는 일인가? 결국 나는 상품을 받기로 했다.


마음의 결정을 한 후 나는, 연락처를 운영자에게 보내주었다. 연락처를 보내면서 혹시 얼마 전 상품을 받은 주소와 같으면 동일인이 두 번 받은 것을 알게 되어 당첨을 취소시키지 않을까 하는 쓰잘데없는 염려에 이번에는 주소를 집이 아닌 정선 사무실로 보내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연락처를 보낸 후 상품을 기다리는 시간은 두 번째 임에도 지루하고 힘들었다. 한 달여가 지나갔지만 처음 상품을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상품은커녕 배송 관련하여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급기야 언제쯤 상품을 받을 수 있는지를 메일과 게시판에 문의했지만 모두 묵묵부답이었다. 선물을 받는 기쁨보다 일 처리의 미숙한 부분에 대한 섭섭함이 더 커지기 바로 전, 운영자로부터 기다리던 메일이 도착했다. 메일에는 연락이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금일 발송된다는 말, 그리고 발송될 택배 송장 번호가 쓰여 있었다. 하지만 며칠을 더 기다려도 상품은 오지 않았고, 심사숙고 끝에 미안한 마음과 조급한 마음을 가진 채 전화기의 버튼을 눌러야 했다. 그리고 급기야 담당자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 분이 빨간 책방을 녹음하고, 편집하는 가끔 방송에 소개되는 PD 분인 것 같았다.) 결국, 협찬사에서 물품 발송 중 착오가 있었다는 것과 다시 발송한다는 매우 조심스럽고, 죄송스러워하는 메세지를 받게 되었고, 나 또한 없던 문제를 마치 내가 일으킨 것처럼 느껴져 최대한 공손하게 고맙다는 메세지를 진심을 담아 보냈다.


그리고 며칠 후 드디어 안경테를 받았다. 리뷰가 소개되고, 상품이 도착하기까지의 두 달의 시간 동안 나는 리뷰가 소개되고 상품을 받게 되었다는 기쁨, 두 번이나 상품을 받게 되었다는 당황스러움, 상품을 기다리는 설렘, 진행 과정을 알 수 없는 답답함, 일 처리가 잘 안 되는 것에 대한 서운함, 내 편이라고 생각하는 빨간 책방 담당자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미안함, 그리고 택배를 받고, 어떤 안경테가 들었을까 하는 기대감까지 아주 수많은 감정을 맛 보았다. 그리고 안경테를 받아 포장을 뜯고, 안경테를 충분히 이리 저리 둘러 본 나는, 42.195Km의  긴 마라톤을 뛴 사람처럼 온몸에 기운이 빠짐을 느낄 수 있었다. 


리뷰를 쓰고, 리뷰가 당첨되고, 선물을 받고,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가? 하지만 그 과정을 즐기지 못하면 그것은 기쁨이나 즐거움이 아닌 공포에 가까움을 나의 몸이 경험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또 리뷰를 쓴다. 그리고 이 리뷰가 나에게 또 공포를 가져다줄까 걱정된다. 

하지만 이런 공포는 충분히 즐길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젠 여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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