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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운동(sports)과 운동(movement)

by 즐거움이 힘 2017.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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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누군가의 페이스북을 보고서야 오늘이 6.10 항쟁 30년 되는 날인 것을 알았다.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 내 자식들이 당시의 내 나이가 된 것이다. 그 시절을 생각하다 불현듯 30년 전이 아닌 32년 전 어느 봄날이 떠 올랐다. 대학 신입생이었던 32년 전 어느 4월의 봄 날, 하루를 무료해 하며, 잔디밭에서 뒹굴뒹굴하던 그 날. 신입생 환영회 등에서 낯을 익혔던 과 선배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었다. 


"너는 써클(동아리) 활동 안 하나?" 

"아니요. 이제 들어가려고 여기 저기 알아보고 있어요" 

"어떤 써클?"

"뛰고, 던지고, 땀을 흘리는 써클이요" 

"그래? 너랑 딱 맞는 데 있다.내가 소개해주마" 




어려서부터 운동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유일한 취미 생활이 운동이었던 나는 당연히 축구나 야구 등 스포츠 써클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선배가 소개해준 써클은 나의 기대와는 전혀 동떨어진 독서 모임 써클이었다. 독서 모임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몰랐던 나는 그냥 자연스러운 대학생활의 일부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써클 모임에 열심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써클도 뛰고, 던진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상대에게 공 대신 돌을 던지고, 상대와 함께 달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쫒겨 도망쳐야 했고, 땀대신 매운 최루탄에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 달랐을뿐이다. 그렇게 대학 생활을 비롯한 10년 가까이를 운동(sports) 대신 다른 운동(movement)을 해야 했던 나는 나이 결혼 한 후 서른이 넘어서야 32년 전 내가 원했던 운동을 사회에서 조기 축구라는 이름으로  하게 되었다. 




어느덧 축구를 한지도 20년이 넘었고, 이제는 뒷방 늙은이처럼 후배들에게 밀려 사람 수를 채우는 정도이지만, 아직도 공을 차는 일요일이 다른 어느 날보다 기다려진다. 앞으로 얼마나 내가 공을 더 찰 수 있을지 걱정이 되면서도,저번 주에도 뛰었고, 이번 주도 뛸 수 있는 건강한 몸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 하며, 6.10항쟁 30주년인 오늘도 내일 일요일을 가슴설레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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