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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K-팝스타의 안예은과 응팔의 정봉이

by 즐거움이 힘 2016.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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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2월 말의 어느 날, 그리고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가 문 앞에 다다랐을 저녁 때쯤, 무의식적으로 TV를 켠 후 리모컨으로 채널 변경을 하다가 K-POP STAR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느 가수 지망생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런 경연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특별하지 않았다면 무의식적으로 다른 방송으로 채널을 돌렸을 것이 틀림없다.



sbs 화면 캡처


하지만 잠시 이 참가자의 노래를 듣다가 독특한 그녀에게 잠시나마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 참가자는 말할 때 입 모양이 약간은 삐뚤어진 듯했고, 수줍어하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말할 줄 알았으며, 노래할 때는 아주 특이한 음색으로 노래하고, 더욱이 자작곡인 노래를 부르는 싱어송라이터였다. 그리고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키도 유독 작아 보였다. 


잠시 방송을 본 후,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다른 날들과 다름없는 날들을 보내며, 한 달여를 지내 보냈다. 지난주 일요일 이 참가자가 나온 것을 또 우연히 보게 되었다. TV 화면에는 그녀의 이름이 안예은이라고 조그맣게 쓰여 있었고, 관심이 있던 차에 그녀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들고 있던 리모컨을 구석에 던져 놓고, 그녀의 노래에 대한 설명과 각오를 듣고, 노래를 들어 보았다. "봄이 온다면"이라는 그녀의 노래는 나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자신과 같은 심장병을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라고 곡 설명을 했지만, 이 노래는 마치 민중가요 같기도 하고, 한편의 거대한 오페라에 나오는 노래 같기도 했고, 국악 같기도 했으며, 한 편의 군무를 보는 듯하기도 했다. (군무 부분은 제작사 sbs의 의도일 수도 있다.)


다음 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안예은" 참가자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스타였고, 기성 가수나 다름없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어쨌든 그녀의 노래에 마음에 들었던 나는 집에 돌아온 후 그간 그녀가 방송에 나와 부른 노래뿐만 아니라 각종 오디션이나 공연에서 부른 노래들을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 곡은 자작곡이었고, 노래나 작곡 실력이 굉장히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중 나의 관심을 끈 노래가 하나 있었는데, 그 곡은 오래 전 그녀가 타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에 제출한 음원중 하나인 "Nipping Wind"였다. 




이 곡에 대해 안예은 양이 직접 설명한 글을 보면


"저는 선천적으로 심장이 기형입니다 그래서 갓난아기 때 의사선생님이 청진기를 대보시고 '심장에서 바람소리가 난다' 하셔서 첫수술을 받게 되었는데요! 어린 마음에 '심장에서 바람소리가 난다' 는 말이 굉장히 시적이어서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 노래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라고 적고 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심장병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사랑과 이별을 소재로 했지만,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정말로 내 심장이 아픈 것 같은 느낌이 들게할 정도로 처절하다.


지난주 방영된 프로그램에서도 안예은 양은 자신이 심장병 때문에 아팠던 시절이 있었다고 언급했었다. 그리고 자신이 건강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아마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심장병은 본인과 가족들에게 아주 큰 아픔이고, 시련이었을 것이다. 나는 안예은 양의 이 글과 이 노래를 들으면서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가 떠올랐다. 축구를 좋아하지만 심장병 때문에 마음껏 축구를 하지 못했던 정봉이. 하지만 항상 밝고 행복했던 정봉이. 그리고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어냈던 정봉이. 그리고 자신보다 드라마를 보는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정봉이가.


어제와 오늘 나는 아마도 수 십 번 안예은 양의 각종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던 "내가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말을 생각했다. 아마 이미 그녀의 소망은 이루어졌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아픈만큼 성숙해진다고 했던가? 아마 안예은 양이 노래가 이렇게 깊고, 아름답고, 사람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다른 사람보다 많이 아팠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또 한 사람의 뮤지션 안예은을 만날 수 있어서 나는 지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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