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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하루 늦게 도착한 크리스마스 선물

by 즐거움이 힘 2015.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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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런 행운이 나에게도 오다니......


크리스마스가 하루 지난 어제 아침, 일찍 현관 초인종이 울렸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잠옷을 입은 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중이라 인터폰으로 먼저 현관 밖을 확인해 보니 우체국에서 택배가 왔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도 지났는데 산타클로스가 왔을 리도 없고, 얼떨결에 잠옷을 입은 채로 나가 보니 우체부가 작은 택배 상자를 건네며, 본인 확인 사인을 하라 하여, 엉거주춤 서명을 했다. 추운 날씨에 흐트러진 잠옷 깃을 나도 모르게 다시 잠그고, 거실로 들어서며 택배 상자를 보는 순간 '아! 드디어 그것이,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며, 내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번졌다.





다른 글에서도 몇 번 밝혔듯이, 나는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라는 팝캐스트를 즐겨 듣는다. 그런데 이 방송을 안 것이 올 초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귀국할 때였다. 이미 2년여 동안 방송을 한 방송인데 정작 나는 올 초에 처음으로 들었다. 몇 개의 에피소드를 들어보니 이 방송은 나의 취향과 맞았다. 그래서 나는 이 방송을 즐겨 들었고, 성격 탓에 새로 나오는 에피소드를 듣기보다는 처음 방송분부터 역주행이라 해야 할지, 정주행이라 해야 할지 하여튼 순서대로 하나씩 듣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여 얼마 전 드디어 모든 방송을 들었고, 이젠 새로 업로드되는 방송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는 별 기쁨이 아닐지 모르지만 빨간 책방에서 독서에 대한 많은 도움을 받았고, 빨간 책방의 진행자 및 다른 청취자들과 동시에 같이 읽고 서로의 감상을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나는 이런 내용을 빨간 책방 주관 출판사 위즈덤 하우스 홈페이지에 리뷰를 남겼다. 


그런데 이 리뷰가 진행자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음성으로 방송에 소개되고, 소개와 함께 사은품으로 안경테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그 안경테가 도착한 것이다.



리뷰가 방송된 것을 안 날부터 안경테를 받는 오늘까지 나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대하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20여 일 동안 마음 설레며, 이 안경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원래 안경을 끼지 않는 나지만, 이제는 노안으로 다이소의 싸구려 돋보기라도 써야 책을 볼 수 있는 상황이기에 이 선물은 나에게 아주 시기적절한 선물로 느껴졌다. 특히 방송 때마다 소개되는 '수제 안경테 전문 애쉬크로프트(AshCroft)'라는 이동진의 말과 제품마다 붙인다는 안경테의 특별한 이름,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히 내가 나름대로 공감하며 읽었던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의 또 다른 이름 '짐 스틸'을 제품명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나의 설렘을 더욱 증폭시켰다.


생각보다 사은품이 늦게 와 마음이 상할 무렵, 오늘 드디어 안경테가 온 것이다. 언제나 선물은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한다. 여행은 여행보다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 더 즐거운 법이라고 하고, 선물은 주는 사람이 더 기쁘다고 하지만 나는 배송을 기다리는 것보다 선물을 받는 지금이 더욱 기쁘고, 보내는 사람보다 받는 내가 더 기쁠 것을 확신한다.



2015년 전 그제(25일) 예수님은 온 세상 사람들에게 평화와 기쁨을 주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하지만 2015년 어제(26일), 빨간 책방의 애쉬크로프트 짐스틸 안경테는 나에게만 기쁨을 주기 위해 우리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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