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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어느 교장실의 모습

by 즐거움이 힘 2015.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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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본은 관심이다. 그래서 미움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무관심이라고 한 것이며, 인터넷이 직접 만나는 인간관계나 대면으로 이루어지는 대화보다 모든 관계의 매개가 되어 버린 요즘 사회에서 오죽하면 악플(응답)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무플(무응답)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얼마 전 개인적인 일로 인천의 한 초등학교의 교장실을 방문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는 아주 색다른 교장실의 모습을 보았다. 그동안 내가 봤던 모습의 기관장의 방이나 교장실이 아니라 벽면에, 어쩌면 너저분해 보이는 족히 수 백 장은 될 듯한 사진으로 가득 찬 교장실을 보게된 것이다.


처음엔 그것을 무심코 지나쳤었는데, 유심히 보니 사진들은 이 학교 전교생의 얼굴이 학년과 반별로 정렬되어 있었고, 사진 속의 학생들은 자신의 이름표를 목에 걸거나 들고 있었다.


사진은 마치 방송국 오디션에 제출하는 프로필 사진처럼 보였으며, 어떤 반의 아이들은 교실 뒤 하얀 벽면을 배경으로, 어떤 반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자랑거리가 붙어 있는 학급 자랑판을  배경으로, 어떤 반은 외부인으로서는 도저히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마치 배경은 단지 거들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듯 얼굴만 가득히 나온 사진들이었다. 사진 속 아이들의 표정은 아빠가 나에게 무슨 선물을 줄까 기대하는 어린이날 전날 아이들의 표정처럼 해맑고 아름다웠으며, 어린이들의 미소는 전혀 꾸밈없이 모두가 자연스러웠다. 



교장 선생님께 사진을 저렇게 붙여 놓은 이유를 물어보니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을 일상적으로 보아서는 기억하기 어려우니, 어떠한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아이가 어떤 모습의 누구인지 쉽게 알고자 함이고, 교내나 교외에서 우연히 만난 학교 학생이 있다면 그 아이를 찾아 누구인지 기억하고, 만일 외워지지 않는다면 되새겨 보기라도 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순간, 나는 학창 시절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던 선생님들이 야속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저 사진 속의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의 의미는 내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애교와 섞어 교장 선생님과 모든 선생님께 보내는 것이었으며, 이렇게 교장 선생님과 교장실에 같이 있어 행복하다는 행복의 미소로 보였다.


그리고 너저분해 보였던 교장실 벽면은 지역 정치인이나 정부 관계자의 방문을 기념한 전지 크기의 사진보다 몇 배, 몇 천배 소중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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