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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정녕, 누가 닭의 모가지를 비틀 것인가? 2

by 즐거움이 힘 201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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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5 - [일상다반사] - 정녕, 누가 닭의 모가지를 비틀 것인가? 1

 

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최선의 방법, 최고의 방법 세 번째를 선택하면서 시작된다.

과연 내가 기르던 닭을 잡아 먹을 수 있냐?라는 원론적인 문제는 고민 꺼리가 되지 못한다. 결정적인 문제는 누가 닭을 잡을 것인가?(여기서 잡다는 죽임을 의미한다.) 

 

만일, 누군가가 닭을 잡아 준다면, 막걸리 한 사발을 '캬' 소리 나게 먹으면서, '역시 닭은 시골에서 기른 닭이 최고야!' 또는 '좀 질기긴 하지만 역시 토종닭이야!'라고 쟁반 위에 놓여 진 닭 위에 침이 튀기든 말든 설레발을 치면서 먹을 수 있다. 그런데 닭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몇 년 전쯤 처음 시골서 닭을 키우던 처가 어른들은 닭을 잡아야 하는 일이 생기면 옆집 아저씨에게 부탁을 하곤 했다. 그리고 수고비로 담배 한 보루를 사다드리곤 했었다. 만일 지금도 같은 방법으로 닭을 잡는다면 담배 한 보루에 4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마트에서 닭 5마리 정도는 살 수 있는 금액으로 닭을 잡는 것이다. 즉 이 방법은 내 닭을 먹으면서, 닭 값을 주고 잡아먹는 것인 셈이다. 그것도 한 번에 4 ~ 5마리 정도는 잡아야 수지 타산이 맞는다.(엄밀히 말하면 손해다.)

 

화살표 위치에 병아리가 있어요. 안 보이는 분은 아래 사진을

 

그렇다면 이런 방법은 어떨까? 닭을 파는 식당에 닭을 가져다주고 일대일로 교환하는 것이다. 프라이드치킨이 먹고 싶을 땐 BBQ에, 백숙이 먹고 싶을 땐 백숙 집에, 삼계탕이 먹고 싶을 땐 삼계탕 집에. 뭐, 말이 그렇다는 말이지 실제로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닭 그 이전으로 돌아가 보자. 사실 난 유정란 먹는 것이 두려울 때도 있다. 우리는 마트에서 계란을 사다 먹는다. 그것은 대부분 식용용 무정란이다. 그러니까 그냥 계란빵이나 다름이 없다. 계란빵에서 닭이 나올 이유는 없다. 그런데 유정란은 느낌이 다른다.

 

닭장에서 꺼내오는 계란은 대부분 유정란이다. 시골에서 닭이 낳았기 때문에 유정란은 아니고, 수탉이 같이 있고, 교미를 한 후에 얻은 알이기 때문에 수정된 유정란이다. 우리는 그 유정란을 가져다 먹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알을 꺼내어 바로 먹지 못하고, 며칠 지난 후에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쁜 일정 때문에도 그렇고,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다.

 

나는 이렇게 날짜가 며칠 지난 유정란을 먹을 때면, 마치 껌껌한 지하실에 무언가 찾으려 내려가서, 혹시 고양이나 쥐가 튀어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전등 스위치를 켜듯이 계란을 깨곤 한다. 계란 후라이를 하려고 알을 깼을 때 병아리의 형상이 된 무언가가 나를 깜짝 놀라키며,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온에서는 알이 부화할 수 있는 온도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런데 그래도 마트에서 산 유정란과는 다르게 우리 닭이 낳은 알은 항상 찜찜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어미 닭 품에 숨어 있는 병아리

 

 

더구나 요즘은 닭을 죽인다는 뜻의 잡는 행위가 아니라, 움직이지 못하도록 잡는 것도 힘들다. 요즘 닭과 눈을 자주 마주친다. 닭의 모이를 주러가다가도 보고, 닭장을 청소하러가다가도 보고, 밖에 나온 닭을 몰아서 닭장에 넣으려다가도 보고, 닭과 눈을 정면으로 마주 치는 것은 별 느낌이 없다. 그런데 닭의 뒤쪽에서 내가 걸어가고 있는데, 닭의 눈이 나를 쳐다보고 있을 때면, 나는 가끔 닭이 무서워진다. 분명 닭의 머리(대가리)는 정면을 향하고 있는데, 닭의 튀어 나온 갈색 눈동자는 나를 보고 있는 것이다. 마치 생선 좌판에 죽어 있는 가지미가 나를 쳐다보는 것처럼 닭이 나를 째려보고 있는 것이다. 항상 인간이나 사람이나 째려보는 눈은 무섭다.

 

시골 생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닭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인터넷에서 '닭 잡는 법'을 검색해 보았다. 거기에는 함께 연관 검색어로 '닭 잡는 기계'라고 나온다. 나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하는 것 같아 반갑다. 하지만 아직 닭 잡는 기계는 찾을 수 없었다. 털 뽑는 기계는 있다.

 

며칠 전 처가 어른들과 진진하게 닭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저 닭들을 나중엔 잡아먹기는 해야 하는데, 어쩌지요? 라는 나의 물음에 두 분 모두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씨익 웃을 뿐. 그 웃음의 의미는 아마도 그 일은 내 역할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결론은 이제 곧 누군가 닭을 잡아야한다. 그래야만 닭의 숫자만를 조절할 수 있다. 닭을 잡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 방법들은 호러 영화만큼 잔인할 수 있어서, 나중에 별도로 19금 글로 써야 할 듯하다. 

다만,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 닭의 목을 비트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곧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야 한다. 

요즘 농촌에는 귀농, 귀촌 인구가 많아졌다. 보통 시골 마을의 1/3 정도가 그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상당수는 닭을 기르고 있으며,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아마도 이제 곧 새로운 창조산업이 생길 것이다.

 

"닭 모가지 비틀어 드립니다. 

한 마리에 5천원!! 두 마리 하시면 한 마리 서비스 입니다. 3마리에 단돈 만 원!!"

 

어쨌거나 누군가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고 했다. 하지만 과연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정말로 오는지, 내가 필요할 때마다 누군가가 우리 집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 주었으면 좋겠다. 조금은 잔인해 보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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