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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내 이름은 라라.

by 즐거움이 힘 2015.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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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라라다. 나는 개다. 사람, 고양이, 개 할 때 개(犬)란 말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어느 농촌 시골집에 살고 있다.



내 이름은 라라이다. 그런데 나를 계속 라라라고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만 나를 항상 라라라고 불러준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누렁이, 어떤 사람은 나를 바보, 어떤 사람은 심지어 나를 똥개라고도 부른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라라라고 불러 줄 때가 가장 좋다.


내가 태어날 때 나에게 붙여진 이름이 뭔지는 나도 모른다. 태어나자마자 사람들이 나를 강아지라고 불렀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도끄(dog)라고도 불렸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얼마 안 되어 엄마 개와 헤어지고, 형제 개들과 장터에 나와. 사과 박스에 앉아 있다가 지금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가 나만 이곳 시골집으로 데리고 와서 그때부터 나는 라라라고 불렸다. 




내가 라라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를 라라라고 부를 때 사람들은 항상 웃고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은 나를 처음 만날 때 나의 이름을 할아버지께 물어보고, 나를 라라라고 불러준다. 특히 나에게 손을 내밀거나, 나에게 먹을 것을 줄 때, 또는 나에게 앉아! , 손! 이런 소리를 지를 때 사람들은 항상 나에게 라라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런 행동에 내가 특정 반응을 보이면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간혹 내가 좋아하는 건빵도 준다.  



그런데 내가 사람들의 이런 행동에 딴청을 피우거나 할아버지와 있을 때와 다르게 행동하면 그들은 표정이 변한다. 그리고 같은 말을 억양을 높여 반복한 후에 내가 여전히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으면 급기야, 나를 똥개, 바보라고 부르며 돌아선다. 그래서 난 라라라고 불릴 때를 좋아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 이름이 나에게 안 어울린다고 수군거린다. 나에게 라라라는 이름이 안 어울린다면 어떤 이름이 어울린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또 그 이름에 어울리는 개는 어떤 개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며칠 전 그 실마리가 조금은 풀렸다.


며칠 전 사람들이 내가 사는 시골집에 잔뜩 왔다. 그때 이곳에 두 번째로 자주 드나드는 항상 빨간 장갑을 끼고 있는 잘 생긴 아저씨가- 이 아저씨가 가장 많이 나를 똥개, 바보라고 부른다- 사람들에게 내가 왜 라라로 불리게 되었는지를 말해주었다. 그 사연은 이렇다.


사진 출처 http://www.vetstreet.com/dogs/doberman-pinscher



오래전 할아버지가 검은색 도베르만 종의 개를 키웠는데 그 개 이름이 라라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 이후로 이 집에서 키우는 개는 일단 라라라고 명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빨간 장갑을 끼고 다니는 그는 개가 두 마리 이상이 되면 솔솔이나 미미라는 이름을 짓게 될 수도 있다는 나 같은 개도 웃지 않을 소리도 했다.


어쨌든 내 생각엔 라라라는 이름은 검은색 개한테만 붙여 주는 이름인 것 같다. 결국 나는 누런빛이라서 라라라는 이름이 안 어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난 라라라는 이름이 좋다. 더욱이 누가 나를 라라라고 부르며 웃어 줄 때는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더불어 내 이름을 부르며, 나의 목이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면 더욱 그렇다. 가끔, 아주 가끔 처음 보는 사람이 쓰다듬어 주면 그 손길이 무서워 나도 모르게 오줌을 싸게 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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