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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여행

[그냥 떠난 여행 6] - 라오스 방비엥 여행 / 도착 그리고 숙소

by 즐거움이 힘 2015.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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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2014년 12월 27일부터 1월 31일까지 약 34일 간 베트남,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를 무작정 다녔던 우리 부부의 배낭 여행기입니다.


5만 낍에 예약한 미니 버스는 예정된 시간에 여기저기를 둘러 정원 12명을 채우고, 비엔티엔에서 방비엥을 향해 떠났다. 늦게 픽업 된 일부 사람은 통로에 마련된 목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야 했다. 여행 내내 버스를 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지정 좌석제가 아니라서 언제 픽업되어 차에 타느냐는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휴게소에서 잠깐 쉬는 버스. 첫 번째 쉬는 이 휴게소는 한국사람이 운영하며 한국 물건을 판다. 우리는 이곳에서 컵라면을 샀다.



어쨌든지 중간에 두 번인지, 세 번인지 간이 휴게실에서 휴식을 하고, 오랜 시간을 걸려 드디어 방비엥에 도착했다. 방비엥 가는 길은 베트남에서 비엔티엔으로 넘어왔던 것보다는 훨씬 편했다. 하지만 5시간 가까이 걸리는 미니 버스(봉고)여행은 쉽지만은 않았다. 더욱이 길이 험한 산악 지역이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낯설고, 생소한 나라의 산악지대를 구경하는 것은 나름의 재미가 있었고, 이 작은 볼거리가 오랜 시간 버스 여행의 고통을 조금은 덜어 줄 수 있었다. 어둠이 깔릴 무렵 우리가 타고 온 미니 버스는 방비엥에 들어섰다. 방비엥에서 처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지금은 폐쇄된 비행기 활주로였다. 축구장 열 개는 충분히 들어설 수 있는 커다란 운동장같이 보였으며, 지금은 자동차와 오토바이들만이 분주히 그곳을 다니고 있었다. 아마도 가끔은 경비행기들이 이용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활주로



버스가 커다란 활주로를 가로질러 들어가니 방비엥의 마을이 나타났다. 거리에는 학교, 병원, 상점 그리고 뭔지는 모르겠는 이곳 주민들의 생활 시설들이 눈에 띠었고, 여행사, 게스트 하우스, 자전거, 오토바이 대여점 등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관광객들을 볼 수 없었다. 베트남 하노이처럼 거리에 관광객들이 넘쳐  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많이 볼 수 없었으며, 서양인들보다는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만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코끼리의 다리만 보고 코끼리를 다 본 것처럼 느꼈던 것이다. 나중에 방비엥 거리를 다녀야만 하는 일이 발생하여 다녀보니 도시의 다른 쪽에는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아마도 이곳 주민보다 여행객이 더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을 골목


어쨌든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이제 또 숙소를 찾아야 한다. 미리 예약하고 왔으면 좋았으려만, 방비엥에서는 쉽게 좋은 방을 구할 수 있다는 말과 아고다 등 예약 사이트에서의 예약보다는 현지에서 방을 구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는 이유로 현지에서 방을 구하기로 했다. 나는 방비엥에서 강 상류 쪽으로 가면 값싸고, 좋은 게스트 하우스가 많다는 기억을 더듬어 무거운 배낭을 메고, 마치 대학 산악부의 선두처럼 집사람을 뒤로하고 씩씩하게 길을 나섰다. 같은 버스에 탔던 우리 외의 다른 10여 명의 사람도 서로 인사 없이 각자의 방향을 길을 나섰다. 





방비엥은 조금만 도시라 쉽게 방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방비엥의 도심은 생각보다 컸다. 그리고 눈 앞에 강이 보이지도 않았다. 방비엥의 도심의 규모는 강원도의 평창읍이나 정선읍 정도의 규모였던 것 같다. 날은 서서히 어두워 지고 있었고, 숙소를 빨리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나를 조급하게 했다. 강은 보이지도 않는 도시 안쪽의 도로에서 무작정 강의 상류를 향해 걸었으나 우리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고, 우리는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방비엥을 뜨겁게 비추던 해도 지쳐 서서히 산 너머로 넘어가고 있었다.


배낭의 무게와 빨리 숙소를 구해야 한다는 강박감의 무게에 지친 우리는 음료수와 잡화를 파는 가게 앞 파라솔에 앉아 만 킵짜리 라오 맥주를 마시며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으로 이곳도 맥주 값이 베트남만큼이나 쌌다. 맥주를 마신 가게에서는 자전거도 대여하고 있었다. 우리는 배낭을 메고 걸어 다니며 방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여 집사람은 이곳에서 배낭을 지키고 있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나만 자전거를 타고 방을 구해 보기로 했다. 자전거는 보통 하루 단위로 빌릴 수 있는데, 주인과 얘기하여, 한 시간에 만 킵에 빌리기로 하였다.




맥주 한 병을 다 못 마신 채 나는 자전거를 타고 방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서야 했다. 몇 군데의 게스트 하우스를 둘러 보았으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지저분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비쌌다. 보통 15만에서 20만 킵을 요구했다. 베트남의 게스트 하우스를 생각했는데, 그보다 못했다. 더욱이 방갈로 형태로 되어 있는 집들은 더욱 그랬다. 방을 구하는 중에 말레이시아 티오만에서 묵었던 숙소가 생각났다. 말레이시아 티오만의 바다는 스킨스쿠버 등 해양 스포츠가 유명한 산호 빛깔의 바다로 둘러 싼 아주 예쁜 섬이다. 그런데 그곳의 값 싼 게스트 하우스 방갈로 숙소들은 끔찍했다. 더러운 화장실, 여기저기에서 밟히는 모래, 천정에 기어 다니는 개미와 이름 모를 벌레들.


어쨌든 자전거로 이곳저곳 다니며 방을 구해보았지만 방 구하는 데 있어서 최종 결정권자인 집사람의 마음에 드는 숙소는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시간이 길어지자 우리는 의견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한국에서 가져온 Just! go! 라고 외치며 우리를 실망시켰던 안내 책자를 잃어 버린 후, 비엔티엔 길거리 헌 서점에서 3만 킵에 구입했던 누군가 우리처럼 잃어버렸을 법한 론리플랜닛 한국어판을 믿고, 따르기로 했다. 짧은 영어로 이곳 사람들에게 물어 마땅한 숙소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책에는 몇 군데 방비엥 추천 숙소가 있었다.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고 했다. 우리는 주위 사람들에게 그곳의 위치를 물었고, 가지고 있는 지도를 보며 무작정 그곳으로 갔다. 





그런데 그곳은 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를 건너야만 했다. 이 다리는 방비엥 도심과 관광지를 가로지르는 다리로서,  블루라군 등 대부분의 관광지로 가는 길목에 있다. 마치 인천공항을 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하는 영종대교나 인천대교와 같다. 문제는 이 다리를 건널 때마다 한 사람당 4,000 킵의 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만 킵)는 더 비싸다. 어찌보면 황당하지만 어쪌 수 없었다. 나름 다리의 유지 보수 비용이지 않을까 싶었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무료로 건널 수 있는 작은 다리가 있다. 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는 쪽 골목에 있다. ) 아깝지만 우리는 돈을 지불하고 다리를 건넜다. 그리고 물어 물어 그 숙소를 찾았다. 그 숙소는 Maylyn(메이린-?).



 

숙소는 우리가 생각했던 큰 콘크리트 건물의 숙소는 아니었다. 우리나라식으로 말하면 농장처럼 만들어진 숙소였다. 입구는 제주도 바닷가의 어느 집을 들어서는 느낌이었다. 숙소의 리셉션은 식당과 같이 있었다. 그곳에 들어서니 키 크고, 노랑 머리의 서양 친구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이곳의 매니저였다. 현지인 매니저만을 생각했던 나의 생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매니저는 우리에게 빈방이 두 개 있다고 하며 방을 보여 주겠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숙소를 돌아보며 방을 보았다. 


숙소와 리셉션을 연결해 주는 작은 숲길


숙소들은 숲길과 작은 다리로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방마다 방갈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방 2개가 하나의 방갈로로 이루어진 게스트하우스였다. 커다란 농장에 여기저기 방갈로가 지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방갈로라고 해도 나무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나 벽돌로 진 다음 꾸민 것이었다. 


숙소 안에 있는 다리. 산책하기 좋다.


 숙소는 우리 마음에 꼭 들었다. 아니 과분했다. 그리고 가격도 12만 킵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비싸지 않았다.


우리가 묵은 방갈로.


매니저로부터 숙소 사용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우리는 방으로 짐을 옮겼다. 방 안은 정돈이 잘 되어있었다. 물론 이곳도 호텔만큼 깨끗하지는 않았고, 더운물이 수압이 조금 약했다. 하지만 방비엥을 여행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숙소였다. 


방갈로 입구. 맞은 편 방이 있고, 우측에 보이는 문이 우리가 묵었던 방


이곳의 특이한 점의 하나는 식당에서 음식이나 음료를 시켜 먹을 때 자기 방의 노트가 리셉션에 있어서 그곳에 음식 번호, 이름과 음료수의 가격 등을 직접 적어야 했다. 그리고  체크 아웃 할 때 계산하고 나가는 것이다. 마치 어린 시절 동네 아주머니들이 구멍가게에 자신의 집 외상 장부에 적어 놓은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음식의 경우는 적어 놓은 장부를 주방에 가져다주어야 주방에서 음식을 해주며, 맥주나 음료는 셀프다.



표범으로 착각하는 두 마리의 어린 고양이. 쉴 새 없이 오르락 내리락 하며 장난을 쳤다.


어쨌든 방비엥 도착 첫 날 우리는 어렵게 숙소를 구해 짐을 푼 후 이곳 리셉션 옆의 원두막에서 자신들을 표범으로 착각하는 고양이를 머리 위에 두고, 시킨 음식과 지인이 여행 떠나기 전 싸준 전투 식량 비빔밥과 휴게소에서 산 컵라면 그리고 맥주를 한잔 하면서 내일부터 즐길 방비엥 여행을 꿈꾸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우리는 둘 다 내일 일어날 끔찍한 일은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고, 아름답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것만을 상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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