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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여행

[그냥 떠난 여행 8] - 라오스 방비엥 여행 / 동굴 탐험 /방비엥 병원

by 즐거움이 힘 2015.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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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2014년 12월 27일부터 1월 31일까지 약 34일 간 베트남,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를 무작정 다녔던 우리 부부의 배낭 여행기입니다.

 

 

방비엥의 이름모를(이름이 있으나 지금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동굴 입구에서 빌린 랜턴을 머리에 쓰고, 아무도 없는 동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굴 앞에는 산속의 계곡답게 1급수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으며, 그 물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한가로이 놀고 있었다. 한국이라면 한 번쯤 물고기를 잡으려고 시도 해봤겠지만 낯설은 외국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자살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감히 시도하지 못했다. 비록 맑은 물에 살지만 그 물고기가 피라냐같은 물고기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하여튼 우리는 아주 잠시 물에 손을 담근 후 동굴로 올라섰다. 동굴은 식당 주인이 말한대로 무척이나 작아 보였다.

 

 

우리 외에는  관광객이 전혀 없었기에 겁이 나기도 했지만 설레임이 더 크다는 마음가짐으로 머리에 쓴 후래쉬와 핸드폰 후래쉬를 비추며 동굴 입구의 계단을 한 발자국 씩 올랐다. 입구는 성인 한 사람이 몸을 구부려야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고, 내부는 암흑처럼 깜깜했다. 나는 조심 조심 기어가다시피 계단을 올라 동굴 입구에 들어섰다. 입구에 들어와서 보는 동굴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어둡고, 음산 했다. 

 

 

그런데 내가 동굴 입구를 막 들어서 동굴 내부를 둘러보는 순간 뒤에서 "앗"하는 집사람의 외마디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집사람이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동굴 밖에서 들어오는 빛을 집사람이 등지고 있어 정확한 상태를 알 수는 없었지만 집사람은 상당히 고통스러워하며 머리를 부여 잡고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묻자 계단을 디딤돌로 하여 힘차게 올라서던 집사람이 입구 위쪽 돌에 머리를 부딪힌 것이다. 집사람은 아파서 도저히 더 이상 못가겠다하였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동굴 밖으로 나왔다. 동굴 밖 나와 집사람이 손으로 누르고 있던 머리를 보니 붉은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나도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급히 가지고 있던 수건으로 집사람의 머리를 감싸았다. 집사람은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져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동굴 탐험을 포기하기로 하고, 방비엥 시내 병원으로 황급히 이동하기로 했다. 

 

가지고 온 지도를 보니 방비엥 시내에는 병원이 한 군데 있었고, 다행히 그곳은 스쿠터를 빌린 대여점 근처였다. 우리는 빌려 온 스쿠터를 타고 최대한 속도를 내어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시간은 오후 4시에 불과 했으나, 정상 업무 시간은 끝났고, 응급실만 열려 있었다. 우리는 스쿠터를 주차한 후 응급실에 있는 직원에게 갔다. 영어라고는 간단한 여행 영어 정도밖에 할 수 없는 우리에게는 말이 필요없었다. 무엇이든 행동과 손짓과 몸짓이 먼저였다. 집사람의 머리를 업무를 보는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잘 모르겠는 직원에게 보여주었다. 머리 상태를 본 직원은 마치 자신이 아픈 것처럼 표정을 지으며 우리에게 손짓 몸짓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응급실 안쪽으로 우리와 함께 들어가 상처 부위를 자세히 본 후 상처가 깊어 봉합을 해야한다고 우리에게 다시 한번 설명해주었다. 상처가 얕은 경우에는 단순 응급 치료로 되지만 상처가 깊어 2바늘 정도  꼬메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온갖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들에게 기댈 수 밖에에 없었다. 응급실 직원들은 바로 상처를 꿰멜 준비를 하였고, 또 다른 직원은 나를 접수 창고로 안내하여 접수를 도와 주었다. 여권을 제출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집사람의 상태가 궁금하여 응급실 내부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다른 직원(아마도 의사인듯)이 봉합시술을 하고 있었다. 맨 처음 집사람의 상처를 보았던 여자 직원은 집사람의 손을 꼭 잡고 웃으며 나를 맞이했고, 집사람은 궤멜 때마다 작은 비명 소리를 냈다. 그러자 집사람의 손을 잡고 있던 여직원은 나에게 집사람이 엄살이 심하다고 농담하며 나와 집사람을 번갈아 보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봉합시술은 10여 분만에 끝났다.

 

 

 

 

 

 

 

그리고 나는 다시 접수처로 돌아가 소독약과 먹는 약을 받았다. 그리고 176,000 캅(약 2만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처음에 우리를 맞이했던 직원은(아마도 의사)는 내가 타 가지고 온 약을 어떻게 먹는지, 약을 어디다 어떻게 바르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집사람의 머리를 보면 웃었다. 집사람의 머리에는 붕대가 붙혀져 있었는데, 붕대가 마치 머리핀처럼 잘 어울려 예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사는 일주일 후에 실밥을 제거해야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몇 번이고 탱큐를 연발하며 주차했던 스쿠터의 주차비 2,000 캅을 주차요원에게 지불하고,병원 정문을 나섰다.

 

 

 

비록 사고는 있었지만 진료를 받고 나니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더욱이 방비엥 병원 의료진의 친절함과 배려에 너무 감사했다. 어찌보면 언어가 통하지 않아 답답할 수 있는 외국인을 위해 함께 다니며 업무를 처리해 주고, 낯설은 타국 병원 응급실 침대에 누워 봉합 수술을 받는 외국인이 두려워 할까봐 두 손으로 손을 꼭 잡고 봉합시술을 하던 모습은 나엔겐 감동으로 다가왔다. 라오스 방비엥 병원에서 추억 아닌 추억은 평생 잊을 수가 없을 듯 싶으며, 이 글을 빌어 다시한번  Hospital de Vang Vieng 감사드린다.

 

 

 

 

치료를 마치고, 빌린 스쿠터를 반납하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긴장이 풀려서 몸이 천근 만근이 되었다.  내일부터 방비엥의 엑티비티를 즐기려한 우리의 계획도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집사람의 상처가 빨리 회복하게 하는 것이고, 그와 더불어 놀란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우리에겐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상처의 실밥을 어디에서 빼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음 날 숙소 메를린에서 나와 병원 근처로 숙소를 옮기기로 하였고, 방비엥에서 2~3일 더 머무른 후 다음 목적지인 루앙프랑방에서 실밥을 빼기로 일정을 잡았다. 우리를 치료한 의사의 말로는 루앙프라방에는 병원이 많아서 쉽게 실밥을 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에게 알려주었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

 

 

라오스 병원 이용 Tip

라오스는 지역마다 거점 병원인 종합 병원이 있고, 이 병원은 9시부터  4시까지 업무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간 이후에는 클리닉이라는 동네 의원들이 야간까지 진료를 본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실밥을 뽑는 비용은 10만 캅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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