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12 - [싱가포르 생활] - 싱가포르에서 축구를 하기 위한 무한도전
난 싱가포르에서 조기축구(?)에 가입하여 축구를 한다. 조기축구회에서 구정 축하 회식이 있었다. 중국인들에게 구정은 아주 큰 명절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계가 70% 이상 차지하는 싱가포르 역시 성대한 구정 명절을 치른다. 이곳에서는 우리가 말하는 구정을 CNY(Chiness New Year)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오늘, 축구팀에서도 작게나마 행사를 치렀다. 몇 주 전부터 1월 19일에 새해맞이 작은 기념식을 한다는 공지가 있었고, 1인당 10$의 특별 회비를 걷었다.
행사 3일 전 문자가 왔었다. 걷은 회비로 준비한 음식 내용과 지출 명세이었다. 지출 내역은 한국에서처럼 음료, 얼음, 음식 그리고 술을 구입한 명세가 있었는데, 놀라운 것은 술이 맥주 12캔을 구매했다는 사실이다. 양주 12병도 아니고, 소주 12병도 아니고, 맥주 360ml 짜리 12캔이다. 아마 한국이었으면 남자 25명 정도의 인원이라면, 적어도 피처로 12병은 되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 축구 경기를 끝내고, 드디어 회식을 진행하였는데, 회식은 운동장 한 쪽 벤치에서 구입 한 음식을 놓고, 알아서 집어 먹는 파티(?) 형식의 회식 있었다. 위 문자에 나온 3sets combo 음식은 바나나, KFC에서 사 온 치킨, 그리고 피자헛에서 배달해 온 피자였다. 내심 현지 음식을 기대했으나 약간 실망.
어쨌거나 자유롭게 서거나 벤치에 앉아서 바나나, 치킨, 피자를 먹었다. 그리고 음료수를 마실 사람은 음료수를 먹고, 맥주를 먹을 사람은 맥주를 마셨다.
어떤 사람은 한 손에 맥주를, 어떤 이는 치킨을, 그리고 또 어떤 이는 피자를 먹는 중이다. 맨 왼쪽의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나를 늘 집에 데려다 주는 앤드류이다.
(참고 : 2013/12/21 - [싱가포르 생활] - 축구, 앤드류 그리고 차범근의 환갑 잔치 )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 사람들은 술을 잘 먹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늘 온 25명의 인원 중 맥주를 마시는 인원은 나를 포함하여 5~6명 정도뿐이 되지 않았다. 물론 차를 가지고 와서 안 먹는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지만, 적어도 한 잔 정도 먹을 줄 알았는데, 전혀 먹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더러 먹는 사람도 위의 보이는 플라스틱 컵으로 한, 두 잔 먹는 것이 고작이었다. 덕분에 나만 배부르게 많이 먹었다. 얼음에 희석되어 싱거운 맥주를.
어쨌든 먹다 보니 피자도 치킨도 끝이 나고, 남은 것은 맥주뿐. 결국 12캔이 작을 것이라 걱정했던 맥주는 너무 많이 샀다는 핀잔을 총무가 들어야 했고, 남은 맥주는 나의 친구 앤드류가 음료 페트병 3병에 담아서 집으로 가져갔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위의 사진은 축구팀 동료가 데리고 온 개이다. 매주 운동장에 같이 나와 주인이 운동을 할 동안에는 나무에 매여 있다가 쉬는 시간에는 우리 주위를 맴도는 개다. 그런데 앉아있는 폼이 너무 웃긴다. 나는 이렇게 뒷다리를 펼쳐 철퍼덕 앉는 개를 본 적이 없다.
30여 분 동안 있었던 회식은 하나, 둘씩 "Happy New Year"를 외치며, 각 자 알아서 돌아가면서 끝났다.
우리가 회식하던 운동장 건너편 리틀인디아쪽에는 어느새 경찰차가 와서 회식하는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다. 아직도 저 앞의 운동장과 건물 쪽에서는 공원이나 운동장에서 음주가 금지된 상태이다. 사실, 오늘 회식에 참여하면서 혹시 문제가 되면 어쩌나 걱정을 하기도 했다. ^^
어쨌든 이렇게 해서 작고, 짧은 축구팀의 새해 축하모임은 아주 조촐하고, 건전하게 끝났다. 하지만 왠지 한국의 고기를 구면서 낮술도 하는 한국의 조기 축구 회식이 그리워지기도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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