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남아여행

[스리랑카 여행 5 - 3일 차]캔디(Kandy)에서 하푸탈레(Haputale)까지

by 즐거움이 힘 2014. 8. 16.
반응형




아침 일찍 캔디 호숫가를 산책을 한 후 500루피아 하는 아침을 먹고, 캔디역으로 향했다. 표는 캔디에 도착한 날 바로 예매를 했다. 1등석은 없었고, 2등석 예약석을 끊었다. 캔디역도 콜롬보역처럼 역 대합실에 보면 intercity 창구가 따로 있고, 이곳에서 표를 예매할 수 있었다.


캔디로 가는 길은 오른쪽 좌석을 앉아야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다는 글을 블로그에서 본 적이 있어 과연 어떤자리를 앉게 될까 고민하면서 기차역을 구경하며, 기차를 기다렸다.


역에 도착하여 승차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손으로 직접 기차 시간과 승차장 번호를 변경하는 역무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든 세상이 디지털인 지금 기계식도 아닌 장면을 볼 수 있었으며, 나무로 된 안내판은 어떤 디지털 안내판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기차역에는 이미 많은 여행객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한국 사람들도 쾌 있었으며, 이곳의 기차선로는 종착역인 듯 기찻길은 한쪽으로 막혀있었다. 기차는 이곳에 들어온 후 뒤쪽에 기관차를 다시 연결하여 운행하게 된다.



기차 객실에 들어서 좌석을 찾아보니 3명씩 마주 앉은 자리에 나는 오른쪽 역방향, 집사람은 왼쪽 순방향에 자리 잡아야 하는 좌석 배치가 되어있었다. 어찌 보면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했다. 비록 떨어져 있었으나, 한 사람의 자리가 오른쪽 자리가 되어 서로 바꿔 앉아가며 경치를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앞에 있는 현지인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얼떨결에 나도 인사를 했고, 저쪽에 있는 사람은 내 아내라고 하니 나의 옆자리로 부인을 오라 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들로 보이는 소년을 자신의 빈 옆자리로 옮기도록 하였다. 덕분에 우리는 비록 역방향이지만 같이 오른쪽에 앉아 여행할 수가 있었다. 이후 더 자리가 비어 집사람은 순방향 오른쪽에서 기차 밖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신사의 고마움을 여행 내내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중요한 한 가지를 발견하였다.  캔디에서 기차를 탔을 때 이등석 좌석은 뜻밖에 곳곳에 자리가 비어있었다. 분명히 이틀 전 예매 시에 우리 좌석 포함해서 좌석이 3자리만 남았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는 끝까지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 이것은 스리랑카 기차 좌석 예매 시스템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스리랑카 기차의 좌석 예매는 거리에 상관없이 같은 값을 낸다. 이것은 아직 거리별로 예약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서 그런 듯했다. 결국, 이 둘을 종합하면 이등석에 비어있는 자리는 콜롬보 포트에서 캔디역까지 구간에서 내린 승객의 자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자리는 종점까지 빈자리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추론이다.

 하지만 내 추론이 맞는 듯하고, 이를 잘 이용하면 편하고 비록 왼쪽자리에 앉아도 자리를 옮길 기회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어쨌든 흐린 날씨 속에서 기차는 하푸탈레를 향해서 출발하였고, 우리는 5시간 동안 여행을 위해 기차역 앞에서 준비한 현지 간식을 먹었다. 그러나 모든 간식들이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너무 달아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역 플랫폼 안에도 간단한 간식을 살 수 있는 매점이 있었다.



기차는 여러 역을 거치면서 산 능선을 따라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듯했다. 중간중간 폭포도 볼 수 있었고, 산 여기저기 작은 마을들과 지나가는 기차 안의 승객들에게 손 흔들어 주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볼 수 있었다. 기차가 지나가는 땅의 풍경은 단 한 가지 색 녹색으로 덮여 있었고, 그에 반해 하늘엔 옅은 먹구름이 계속 끼어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조금씩 차밭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마치 대관령 목장이 연이어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풍경이 아주 놀라울 만큼 아름다운 풍경은 솔직히 아니었다. 대부분 블로그에서는 이 풍경을 마치 북극에서 오로라를 보는 듯 표현했지만 강원도에서 생활했던 본인은 그냥 푸른 자연이 펼쳐져 있어 자연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다음날 올라갔던 립톤시트는 내 마음의 모든 상처를 치유해줄 것 같은 풍경이었고, 그냥 거기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며,  MS윈도우의 바탕화면 같은 풍경의 연속이었다.



또 다른 차밭 명소 누와라엘리야역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이 내렸다. 서양인들은 하푸탈레보다 이곳을 더 좋다고 하며, 일부 한국 여행객들도 이곳에서 내렸다. 이제 기차에는 우리를 포함한 서너 팀뿐이 없어서 마음대로 자리를 옮겨 다니며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창문을 열고 다니는 기차안이 추워, 겉옷을 입어야만 했다. 이러한 이유로 스리랑카 차밭을 구경하려는 여행객에 가을 잠바는 필수품이다.




주위 풍경을 보기도 하고, 졸기도 하며 오다보니 어느덧 하풀탈레에 도착했다. 하풀탈레에 도착하니 여기에도 어김없이 많은 툭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대부분 숙소가 무료 여행객 트랜스퍼를 해준다고 했는데, 우리가 묵을 SLI LAK VIEW를 얘기하니 그곳의 전용 툭툭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우리를 안내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보니 이것은 잘못 알려진 정보였다. 물론 툭툭 비용은 무료이었으나 이들은 숙소에서 고용한 것이 아니라 숙소에서 커미션을 받는 것이다. 




그러니 이점은 아주 큰 차이므로 여행 시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사항인 듯했다.

그날 밤, 숙소 지배인이 우리를 데려왔던 툭툭 기사들은 질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니 절대로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말라고 했다. 툭툭을 탔을 때 동행했던 사람에게서 술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지배인의 얘기를 들으니 이해가 되었다. 저녁 즈음에 동네 구경을 하다가  툭툭 기사를 우연히 다시 만났는데, 그들이 같이 술을 먹자고 했던 것을 거절한 것이 참 잘한 일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다. 스리랑카 여행내내 만난 사람들 중에 딱히 무섭거나, 우리를 불쾌하게 한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 기차 안에서 자리를 양보했던 스리랑카 사람처럼 우리에게 친절하게 대했다. 그러나 여기도 사람 사는 세상이다보니 간혹 질이 안 좋은 사람들도 있는 듯했다. 



저녁 나절에 하푸탈레를 돌면서 나는 강원도 사북을 보는 듯했다.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하루의 고된 막장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시며 하루의 피곤을 풀던 모습이 이곳 하푸탈레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다.



스리랑카는 일반 마트에서는 술을 팔지 못한다. 그래서 곳곳에 와이샵이라는 술을 판매하는 곳이 따로 있다. 그리고 나도 이곳에서 스리랑카 전통술이라는 아락을 한 병샀다. 그리고 기차안에서 샀는지, 어디에서 샀는지 잘 기억이 안나는 땅콩을 안주로 콜라와 섞어 칵테일로 한 잔 마셨다. 아락 맛은 그 옛날 한국에서도 양주라고 불리던 캡틴큐와 나폴레옹의 맛이었다.



술을 한잔 마시면서 숙소에서 바라 본 하푸탈레 밤 하늘에는 수 천개의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그렇게 하풀탈레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