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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행

양평해장국과 친구

by 즐거움이 힘 2015.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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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해장국은 양평해장국이다. 양평해장국은 나에게 단순한 해장용 식사가 아니라 최고의 한 끼 식사이자, 보양식이다. 내가 여기에서 표현하는 양평해장국은 단순히 천엽과 선지와 고추 기름이 적당히 들어간 양평해장국이 아니라 양평 대명리조트 입구에 있는 양평신내서울해장국에서 만든 해장국 또는 그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같은 맛을 내는 해장국을 말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원주에는 그동안 그러한 양평해장국 집이 없었다. 여기서 그동안이라고 쓴 이유는 얼마 전 원주에 양평신내해장국집이 생겼다는 것을 뜻하며, 더불어 그 일로 인하여 이 글을 쓰게 된 것이기도 하다.

 출처 - 다음로드뷰


가끔 일 때문에 서울이나 수도권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양평해장국을 표방하는 해장국집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양평신내해장국과는 맛과 질이 확연히 다르다. 

10여 년 전 양평의 양평신내서울해장국에 먹으러 갔다가, 화곡동에 같은 이름의 해장국집이 있는 것이 기억나서, 할아버지 사장님께 가맹점이나 체인점을 내느냐?물었더니 특별한 체인 사업을 하지는 않고, 이곳에 와서 비법을 배워 가고, 같은 방법으로 조리하면 양평신내서울해장국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허나 지금은 어떤지는 모르겠다.) 이 말을 들은 후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은 양평까지 와서 해장국을 먹을 수 없기에 분점 형식으로 영업하는 몇 군데 양평해장국집을 다녀 먹기도 했었다. 다녀본 분점 중에 양평 본점과 거의 맛이 같은 곳을 몇 군데 적어보면 인천 산곡동, 서울 화곡동, 광명(동은 모름), 마포역, 일산 등이 기억난다. 물론 이곳들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부점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내가 먹어 보고, 양평신내서울해장국 맛을 대신할 수 있는 집이라 판단한 곳들이다. 이곳들은 '서울신내서울해장국'이라는 빨간 바탕의 하얀 글씨의 간판을 쓰고 있으며, 해장국의 맛과 양 이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해장국 외 추가 메뉴는 지역마다 약간 다르고, 밑 반찬도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대부분 밑반찬으로 짠지는 제공된다.


원주에 이사 온 후 양평신내해장국을 먹고 싶으면 서울 출장 가는 길이나, 원주로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양평을 둘러 해장국을 한 그릇 먹곤 했다. 양평해장국이 너무 먹고 싶은 어떤 때는 양평해장국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양평을 다녀온 적도 있었다.

 내 친구 중에는 나만큼 아니, 나보다 양평해장국을 더 좋아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양평 해장국을 알게되었던 것도 서울에서 IT 사업을 하던 시절 이 친구 덕분이었다. 처음에는 고추 기름이 덮혀 있고, 천엽 모양의 내장이 잔뜩 들어 있는 해장국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몇 번 먹어본 후 양평해장국 맛에 반해, 이 친구를 만나면 꼭 양평 해장국을 먹곤 했다. 심지어 그 친구가 서울에 있고, 내가 원주에 있을 때는 점심 시간에 양평에서 만나 양평해장국을 먹으며, 서로의 근황을 얘기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이 친구와는 양평 해장국과 관련한 몇 가지 추억이 있으나 가장 큰 추억은 이 친구가 한동안 싱가포르에 근무할 때 일이었다.

이 친구가 싱가포르에 근무할 때 내 식구들도 싱가포르에 있었고, 나만 일 때문에 원주에 있으면서 가끔 싱가포르에 다녀오곤 했었는데, 이 때 친구가 가장 먹고 싶어하던 것이 양평해장국이었다. 하지만 우리 식구들은 양평해장국을 먹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싱가포르에 갈 때마다 양평의 양평신내해장국에 둘러 해장국을 사, 며칠을 냉장고에 꽁꽁 얼린 후 싱가포르에 가지고 가곤 했었다. 그리고 무더운 싱가포르에 도착해서는 에어컨을 켠 집 안에서 양평해장국을 해동시켜, 같이 사 가지고 간 팩 소주를 친구와 먹곤 했다. 그때 집 안 가득 냄새를 풍기며 싱가포르에서 먹은 양평해장국과 소주 맛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친구 또한 싱가포르 얘기만 나오면 이 이야길를 하면서 나에게 고마웠다고 말한다. 어쨌거나 나에게 양평신내해장국은 가장 중요한 음식 중에 하나이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며칠 전 원주 치악산 근처에 집사람을 바래다주러 가는 길에 '양평신내해장국'이라는 커다란 간판을 보게 되었다. 개업한 지 얼마되지 않은 집인듯 했고, 간판의 모습이 약간은 달랐지만 양평신내해장국이라 간판이 그동안 원주에서는 양평해장국을 먹지 못했던 나를 흥분케했다. 집사람을 내려 준 후 나는 늦은 점심을 위해 그 집을 설레이는 마음으로 방문했다. 해장국을 주문한 후 혹시나 짝퉁 양평해장국이 나오지 않나 불안해하며, 다른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며 음식을 나오기를 기다리니 곧 음식이 나왔다. 내 앞에 나 온 양평해장국은 양평신내서울해장국과 거의 같은 모습이었다. 맛도 역시 같았다. 다만 밑반찬에 짠지가 없는 것이 약간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기쁨 마음에 해장국을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 밖에 나와 자세히 보니 이 집은 다른 양평신내서울해장국과 여러가지로 달랐다. 간판도 조금 달랐고, 명칭에도 서울이라는 표현이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맛과 양은 다른 분점과 거의 비슷했다. 어찌되었든 내가 사는 곳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의 같은 맛의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마치 초겨울 김장을 담그고, 창고에 쌀과 연탄을 잔뜩 쌓아 둔 가장의 마음이 되게 하였다.

이틀 후 나는 이곳에서 양평해장국 1인 분과 해내탕 1인분 그리고 소주 3병을 사 가지고 친구가 있는 정선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양평해장국을 사이에 두고, 밤새 우리의 노후와 영농 계획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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