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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이번엔 개 이야기 그리고...

by 즐거움이 힘 2014.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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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가져(데려)오다.

이전 포스팅했던 닭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개에 관련한 얘기를 해야겠다. 기르던 닭과 개가 다른 곳으로 맡겨진 후 이전 글에서 얘기한 데로 닭은 다른 곳에서 사와 다시 기르게 되었다. 그런데 닭 문제가 해결되자 장인께서 개를 사야겠다고 말씀하신다. 

2014/09/27 - [일상다반사] - 닭과의 전쟁



비록 가끔 오시지만 집에 같이 동무할 개가 없으니 적적하신 모양이었다. 하지만 개를 사는 것도 좋지만 사람이 매일 있는 집이 아니라 짐승을 기르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되었다. 하지만 장인이 워낙 개를 기르고 싶어 하셔서 개를 사던지 아니면 맡겨진 개를 찾아 오기로 결정했다. 자굼 내가 살고 있는 집에는 원래 3마리의 개가 있었으나 처가 어른들이 교통 사고 후 집에 아무도 없게되어 모두 다른 집에 맡겼었다. 다른 집에 맡겨진 후 리틀리버 종 1 마리는 병들어 죽었다하고, 불독 종류(정확한 품종은 모름) 한 마리는 다른 집에 양도(?)를 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리는 영월 우계헌이라는 곳의 후배에게 잠시 맡겨 두었었다. 결국 그 개를 가져오기로 했다.

  

출처 - 다음 광재사랑 카페

그런데 영월에서 내가 살고 있는 원주까지 개를 데리고 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듯 싶었다. 개를 길러 본 적도 없고, 가지고 있는 차도 일반 승용차이기에 더욱 문제가 되었다. 어쨌든 그 개를 가지러 1시간여 걸려 영월로 향했다. 도착하여 보니 강아지였던 개는 이제는 청년 개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개의 품종은 어린 시절 동네에서 많이 보았던 전형적인 한국 누렁이였다. 즉, 잡종(똥개)였다. 


어쨌거나 개를 가지러 왔으니 개를 가지고 가야 하는데, 가야 할 방법이 쉽지 않았다. 개를 맡고 있던 후배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곳으로 올 때도 개가 멀미로 인해 토하고, 차에 똥과 오줌을 싸서 무척이나 고생했다고 한다. 얘기를 들으니 어찌해야할 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후배가 생각해낸 방법 데로 쌀 포대를 바지처럼 입히고, 박스에 넣어 차에 싣기로 했다.


개에게 포대를 어떻게 입히나 고민했지만 누렁이는 생각보다 얌전했다. 마치 모든 것을 체념한 듯했다. 계획대로 포대를 개의 가슴까지 입힌 후 박스에 넣어 승용차 뒷자리에 실었다. 후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나면서 과연 별 문제없이 원주까지 갈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운행하는 동안 가끔 깽깽거리는 소리를 낼 뿐, 아주 얌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집까지 왔다.



한 가지 문제였다면 개가 침을 너무 흘려 박스가 흥건히 젖고, 개 특유의 냄새가 차에서 진동을 했다는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사진을 한 장 찍으려 하는데, 개의 모습이 너무 처량해 보였다. 마치 "너, 하고 싶은 데로 해라. 난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모습이었다. 사진 찍는 내 모습을 슬며시 흘려 보는 눈동자는 나로 하여금 개에게 동정을 느끼게 만들었다. 아마도 내 생전에 개가 저렇게 처량해 보이는 표정을 짓는 것은 처음 보는 듯했다.

  


집에 도착하니 장인이 와 계셨고, 장인은 개를 보며 무척이나 즐거워 하셨다. 저렇게 좋아 하시는 걸 미처 못해드린 것이 죄송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 개의 이름은 "라라"였다. 생각해보니 장인께서 기르는 개는 모두 "라라"였다. 아마 이름이라기 보다는 이 집의 사는 모든 개의  성 씨일 것이다. 누렁이를 원래 자기가 살 던 집에 메어 놓으니 사방 냄새를 맡으며, 이리 저리 살핀다. 익숙한 냄새에 자신도 놀라는 듯했다. 비록 한 달여를 떨어져 있었지만 장인 어른을 알아보며 꼬리도 흔들었다.

이렇게하여 후배에게 맡겨졌던 개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하여 이 집에는 개 1 마리, 그리고 닭 4마리(또는 6마리)가 살고 있다.  

샴푸 이야기

귀국 후 처음 이곳으로 들어와 생활을 하면서, 머리를 감으려 하니 샴푸가 없었다. 원래 비누로도 머리를 잘 감는 편이라 그냥 비누로 머리를 감곤했다. 그러던 어느날 마당 수돗가에 보니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상표의 샴푸가 2개나 있었다. 여름을 막 지난 9월에 이곳에 왔기에 여름 동안 식구들이 이곳에 놀러오면 날이 더우니 수돗가에서 머리를 감았나보다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날이 쌀쌀해져 나는 그 중 샴푸와 린스가 같이 된다고 표기되어 있는 샴푸를 욕실로 가지고 들어가 머리를 감는데 사용하였다.

그리고 내가 한국에 와 이곳에 살기 시작한 지 한 달을 훨씬 넘긴 며칠 전 생가포르에 있는 딸이 대학입시를 위해 한국에 왔다. 딸 아이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궁금해서인지 집으로 가는 내내 이것 저것을 물었고, 산속이라고 하니 부족한 물건이 있을까 이것 저것 있냐고 물으면서, 자기 머리 카락이 자꾸 빠진다고 탈모방지용 샴푸를 사 가지고 갔으면 한다고 하였다. 이에 나는 지금 쓰고 있는 샴푸를 생각하며 집에 가면 좋은 샴푸가 있으니 그것을 써 보고 맘에 안 들면 사라고 얘기를 하였다. 딸은 흔쾌히 승락을 하였고, 드디어 집에 도착 후 그날 밤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간 딸은 나에게 샴푸가 어디있냐고 물었다.

나는 구석에 보면 있다고 얘기하니 딸 아이가 잠시 후 큰 소리로 나를 향해 소리를 쳤다.

"아빠! 샴푸가 안 보이는데?

"욕실 구석에 잘 찾아봐!! 거기에 있어!"

"응......, 근데 여기에는 개 샴푸밖에 안 보이는데? "

"……….."

"아빠가 말한 좋은 샴푸가 혹시 개 샴푸아냐? "

"………."


  

그리고 다음 날 나는 탈모 방지 샴푸를 사러 원주 이마트를 가야만 했다.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것을 사용할 때는 안경을 쓰고 작은 글자도 잘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갑자기 두피가 가려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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