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캐스트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듣다 보면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아마도 이동진이나 김중혁 작가가 밀란 쿤데라를 좋아하는 듯하고, 방송을 듣다 보면 쾌 많은 작가가 밀란 쿤데라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한편으로 그가 노벨 문학상을 아직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듯했다. 나는 몇 년 전 분명히 이 책을 읽었었다. 그런데 빨간 책방을 들으면서도 이 책의 내용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책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책이 나에게 감명을 주지 못했거나 내가 이 책에서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집사람에게 말하니, 몇 년 전 같이 이 책을 읽고, 동네 공원에서 긴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부부가 같은 책을 읽고, 책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얘기를 하는 모습에 우리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고, 내가 사랑스러웠다고 한다. 그런데 왜 나는 이 책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던 걸까? 혹시나 책을 모두 본 것이 아니라 앞 부분 조금만 보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품고,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마치 개학을 며칠 앞둔 초등학생이 방학 숙제를 하듯이 말이다.
책의 앞부분을 읽다 보니 내가 이 책을 틀림없이 읽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사랑은 같이 잠을 자고 싶어하는 것"이라는 주인공(?) 토마스의 말 때문이었다. 남녀가 사랑을 나눈 후 같이 계속 잠(sleep)을 자고자 한다면 그것은 사랑이고, 잠(sex)을 잔 후 따로 떨어져 자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데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도 몇 년 전 이 부분을 가지고 집사람과 오랜 시간 대화를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말에 나는 무척이나 공감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도 이 말엔 공감한다.
밀란 콘데라 책은 얼마 전 읽었던 농담과 이 책이 전부이다. 문학적 측면에서 밀란 쿤데라의 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아직은 흥미 위주로 있는 나에게 밀란 쿤데라의 책은 어렵다. 특히 농담은 그러했다. 물론 이 책도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렇다고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았다. 어찌 보면 이 책은 단순한 얘깃거리의 소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 관계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지침서 같았다. 그리고 긴 여운이 남았다.
이 책을 다 읽고 책 장을 덮으면서 숙제를 하나 끝냈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몇 년 전에는 내가 이 책을 앞 부분만 읽고 포기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어쨌든 이 책은 지금 이 시점에서 나에게 조금 어렵기는 했지만 굉장히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8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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