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벌나무 백 여 그루를 심어 놓고, 돌보지 못했던 농장 옆 밭에 제초 작업을 했습니다. 이 밭을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하다가 내년부터 이곳에 고사리를 길러볼까 고민 중입니다. 이유는 심어 놓은 벌나무가 아쉽게도 잘 자라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원도의 척박한 땅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작물은 산림에서 나는 작물들입니다. 귀농 귀촌 교육을 받을 때에도 고사리가 경쟁력이 있는 작물이라 들었었는데, 신중하게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오랜만에 예초기(예취기)를 등에 메고 산에서 작업을 하려니 초반에는 팔, 다리가 쑤시고, 후들 후들 떨립니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 조금 안정이 되네요. 얼마 전 삼밭의 예초 작업을 할 때는 풀들이 연해 나일론 끈 날을 사용했는데, 이곳은 줄기들이 억세서 가장 안전하고 힘이 있다는 둥근 날로 변경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쓸만한 거로 하나 바꿔주세요 했더니 3만2천원이라네요.
예초 작업을 하면서 이곳 저곳 살펴보니 여기 저기 예쁜 들꽃들이 피었습니다. 이름은 모르고, 저같은 농부에게는 그냥 잡초일 뿐입니다. 아무리 좋은 풀이나 꽃 그리고 작물도 농사꾼에게는 기르는 작물이 아니면 모두 잡초일 뿐입니다. 얼마전 풀꽃도 꽃이라는 조정래 소설을 읽었는데, 괜시레 풀들에게 미안하네요. 뭐 내용은 전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지만 말입니다.
작업 쉬는 시간에 꽃을 하나 둘 찍다 보니 여기 저기 참 꽃이 많이도 피어 있습니다. 아마 겨울이 오기전에 꽃을 피우고, 씨를 만들어 번식시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어쩔 수 없이 작물을 키우려면 씨를 퍼뜨리지 못하도록 잘라내야 합니다. 자연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참으로 이기적인 생명체입니다.
위의 꽃은 감자 꽃입니다. 꽃을 알기 보다는 여기 저기 많이 퍼져 있는 식물이라 잎을 보고 알았습니다. 그런데 꽃은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이쁘네요.
위 꽃은 쑥부쟁이나 개망초와 비슷하게 생긴 구절초 같으네요. 아래 것은 잘 모르겠고,
이것도 패스입니다.
아래 것은 위에 본 돼지 감자 군락입니다. 이 돼지 감자가 당뇨에 좋다고 해서 재배해서 파는 사람들도 많은데, 저희에게는 그냥 잡초입니다. 번식력이 좋아서 아주 골치가 아픕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해바라기 군락지 같이 보입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두 명에서 거의 4시간에 걸쳐 5백여평에 이르는 산의 제초 작업을 끝냈습니다. 평지가 아니라 비탈이라 힘들었고, 더우기 전문가가 아니라 더욱 힘들었습니다. 3시 반 정도 되었는데, 벌써 해가 산넘어로 넘어가 그늘이 길게 생겼습니다. 산의 해는 빨리 떨어진다는게 실감이 됩니다.
위에 사진은 같이 일한 선배가 작업 마친 곳을 둘러보는 것이며, 아래는 오늘 하루 나와 함께 일해준 혼다 4행정 예초기 입니다. 나도 수고했지만 제 예초기도 무척이나 수고했습니다. 앞으로 오랫동안 같이 해야하는데, 고장없이 잘 버텨주기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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