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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붉은 선(글항아리)-홍승희

by 즐거움이 힘 2017.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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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도발적인 책이다. 대부분 책은 처음 읽기가 어렵다. 그러다가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가 붙어 읽는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읽기가 쉽다. 이유는 아주 선정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조금 민망할 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마치 도색 잡지를 읽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은 자칭 페미니스트라고 여기는 홍승희 작가가 쓴 자신의 성 정체성 그리고 성장사,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묶어낸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성은 금기어에 가깝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아직 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보수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욱 그렇다. 이 책은 그러한 여성의 성을 보는 이 사회의 문제를 지적한 책이다. 넓은 의미의 페미니스트 관련 책인 셈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에는 언젠가부터 페미니스트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이 책도 대중들이 페미니스트에 반감을 갖도록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는 항상 나를 양성평등주의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며, 그렇게 생각하고 활동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책에 나오는 홍승희 작가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 한발 더 나아가 본인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주장도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 책의 내용 중에 본인이 인정하듯 작가는 페미니스트가 아닌 단순 성 중독자일 뿐이라고 느껴진다.


홍승희 작가는  자신이 벌인 여러 가지 성 관련 문제를 마치 사회가 자신을 그 길로 이끌었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그리고 작가는 현존 세상을 남성만의 세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본 글 중에 "약은 한 사람만 죽이지만 잘못된 책은 많은 사람을 죽인다."라는 글이 있었다. 이 책은 작가가 의도했든 안 했든 여성 인권 운동에 호의적이었던 많은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책을 반쯤 읽다가 책을 집어 던지고 싶었지만 혹시나 해서 끝까지 읽어 보았으나 결론은 역시 아니었다. 책 읽은 시간이 아깝기까지 했다. 책을 덮으면서 저자 홍승희 작가는 이런 주장을 쓰기 전에 자신에게 나타나고 있는 성과 여성, 남성에 대한 이런 편견이 어디서부터 출발한 것인지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작가는 상담을 받으면서도 상당하는 전문가와 - 그가 여자든 남자든 - 육체적인 관계를 맺고 그것을 또 사회 문제로 주장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점수 2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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