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일기

쇼코의 미소(문학동네)-최은영

by 즐거움이 힘 2017. 11. 23.
반응형


"아는 만큼 보인다." 이 말은 책을 읽을수록 그리고 머리에 지식과 정보를 넣을 때마다 만고의 진리임을깯다는다. 책을 읽지 않고, 소설을 그리 좋아하지 않던 시절에 내가 이런 책을 읽게 될지 상상이나 했을까? 언제인지 어디서인지 모르지만 이 소설에 대한 얘기를 가끔 들었었다. 아마도 그곳은 역시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었으리라는 것은 그다지 추론하지 않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어디서 처음 들었는지 상관없이 이 책에 관련한 평론과 추천을 여기저기서 여러 번 들었던 것 같다. 그러기에 온라인 헌책방에서 눈에 띈 이 책은 곧바로 나의 장바구니에 담겼고, 바로 결제되어 내 집으로 배송되었다. 미천한 독서 구력으로 인해 낯익은 작가가 아니기에 이력을 살펴보니 1984년 생 그리고 2013년에 등단하여 몇 가지 상을 탄 신인 작가이었다. 나보다 20년 이상 어리기에 젊고 어린 작가라고 생각했지만 벌써 30이 훨씬 넘은 작가임을 알고, 어린 작가라는 선입관은 머리에 지워 버리고 책을 보았다.


이 책은 최은영 작가의 단편집이다. 대표작인 쇼코의 미소를 비롯해 씬짜오,씬짜오, 언니, 나의 작은 언니, 순애 언니, 한지와 영주, 먼 곳에서 온 노래, 미카엘라, 비밀 등 7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나는 밝은 소설이 좋다. 그래서 가능하면 어두운 소설은 읽지 않으려 한다. 그런 소설을 읽기에는 나의 체력과 정신력이 받혀주지 못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밝은 희극적인 요소가 많은 소설을 읽게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한편으로 두려웠다. 이 소설이 나를 힘들게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나의 예상처럼 이 소설은 밝지 않다. 그리고 웃기지도 않는다. 그러나 어둡지 않다. 그리고 모든 단편이 묵직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힘들지 않았다. 이곳에 수록된 어느 한 편도 그냥 콩트 읽듯이 읽고 넘길 수가 없었다. 한 소설을 읽을 때 마다 작가의 나이를 다시 보곤 했다. 내가 살던 시대의 모습을 아주 생생하게 마치 그때를 겪은 사람처럼 묘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의 나이가 몇 살이지 의문이 생겨 작가의 나이를 보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겪었던 그 시절을 겪을 수 없는 나이고, 그 시대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 받을 수 있는 나이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시대의 사람들 경험이나 감정을 마치 그 시대를 살았던 것처럼 잘 표현했다. 어쩌면 내가 살던 시절이나 작가가 살며 경험했던 시대가 별반 다르지 않은가 보다 생각하게 되었다.


두 번 베트남 여행을 했었다. 호찌민 땅굴, 호찌민 박물관 등 베트남 전쟁에 관련된 관광지(?)를 다닐 때마다 베트남인에게 한국인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하는 의문을 항상 가졌었다. 씬짜오, 씬짜오는 나에게 다시 한 번 그 문제를 던져 주었으며, 내가 가져야 할 태도를 내 스스로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먼 곳에서 온 노래를 읽으면서는 학창시절 즐겨 불렀던 "빈~~손 가득이 움켜진 ~~" 하는 가사의 녹두꽃을 자꾸 되내이게 하였다. 더불어 그 시절 내가 불렀던 민중가요들이 하나 둘 씩 떠올랐고, 아직도 이런 노래들를 부르는 20대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단편 미카엘라에 나오는 "오래 살아가는 일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니까, 그런 일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 밥을 먹고 홀로 길을 걸어 나가야 하는 일이니까" 이 말은 인생의 반 이상을 산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가 하는 방향을 던져 주면서도 그런 일을 겪게 되는 나는 얼마만큼 자신 있게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들게 했다.


서두에 말했듯이 이 책에 나오는 단편 어느 것 하나 나로서는 버릴 게 없었다. 오랜만에 아주 소중한 소설과 내 마음에 쏙 드는 작가를 만난 것 같다. 점수 98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