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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피의 꽃잎들(민음사)-응구기 와 시옹오

by 즐거움이 힘 2017.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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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아프리카인 또는 흑인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팬티만 걸친 채 한 손에 창을 들고 짐승 소리를 내며 모닥불 주위를 뛰어다니는 흑인 원주민들,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 낡은 티셔츠를 걸치고 무언가를 뒤적이는 아프리카 흑인들, 범죄 표적을 찾고자 고급 승용차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불량한 모습의 사람들, NBA 농구 코트를 지배하는 흑인 농구 선수. 아마 이 정도가 내가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인 또는 흑인의 이미지다.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지식인이 자국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인하여 난민 신청하여 한국에 머무는 동안 지하철을 타면 자기 옆에는 한국 사람들이 앉지 않는다는 TV 화면은 일반적인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흑인의 이미지나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별반 다른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오히려 많은 대중은 나보다 더 부정적인 이미지를 흑인에 대해 가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냐 돌아본다면 수 십년 동안 우리가 보았고, 들었던 많은 매체가 흑인을 그렇게 표사했고,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 들였던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표현되고 있다.  요즘 많은 영화에서 조선족을 범죄자로 표현하듯이.


 "피의 꽃잎들"은 아프리카 케냐의 작가 "응구기와 시옹오"의 작품이다. 노벨 문학상이 발표될 때쯤이면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나 한국의 고은 선생님만큼이나 언론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작가이다. 유명한 작가임에도 나에게는 매우 생소한 작가이며, 또한 이 책이 처음 읽는 아프리카 작가의 책이다. 처음 작가의 이름을 듣고는 작가 이름이기보다는 소설 이름으로 착각을 하기도 했었다. 


내용은 영국 식민지 시대를 끝내고 독립을 맞이한 아프리카 케냐의 모습을 식민지 시대와 그 후의 모습을 4명의 등장 인물을 중심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일제 식민 시대를 겪었고,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많은 책과 드라마, 영화가 워낙 많아서 소설 속의 배경이 되는 케냐의 모습이 매우 익숙한 모습이다. 식민 시대에 제국 주의자들에게 아부하며 협조했던 부역자들, 그리고 독립 후 그들의 출세와 부, 반면 독립 후 가난과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독립 투사들, 어디에선가 본듯하고 지금 현재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세계 어느 나라나 인간들의 모습은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 본성상 어쩔 수 없는 것일까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책을 읽는 내내 흑인 등장인물들이 머리에 그려지지 않아 고생했다. 빈민가의 흑인, 노동자, 농민 흑인의 모습은 쉽게 그려졌으나 정치가, 성공한(?) 경제인, 지식인으로서의 흑인을 머리에 그리려니 무척이나 힘들었다. 편견으로 각인된 이미지가 얼마나 인간의 사고를 왜곡하는지 여실히 느끼게 해줬다. 아프리카 문학이 어떤 것인지를 말하는 것은 책 읽는 수준이 미천한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아프리가의 문학 그리고 아프리카 흑인들의 역사 그리고 아픔, 최초 인류로서의 그들의 자부심, 수 천 수 만년 동안 자연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온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는 작은 기회였다. 점수 8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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