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유(未曾有)라는 단어가 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단어의 뜻을 “아직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음”이라고 적고 있다. 코로나19는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에게 미증유의 사건들을 가져왔다. 가끔 재난 영화에 나올 법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 미증유의 코로나19 때문에 또 다른 미증유의 사건들이 나와 우리의 생활에 덩달아 일어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우리의 일상을 둘 수 있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살면서 마스크를 쓰는 일은 먼지가 많은 곳을 청소할 때 외에는 거의 없었다. 가끔 독감이나 감기에 걸려도 그 답답함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그냥 생활했었다. 또 황사가 심한 날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면 유별난 사람들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도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유별난 세상에서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지탄받는 세상이 되었다.
또 하나는 경조사의 변화이다. 나는 올해와 작년 한 해 동안 처가 어른들의 생신이나 나의 어머니 생신 그리고 설, 추석 명절까지 하나도 제때 참석을 못 했다. 물론 전후로 하여 잠깐 다녀오거나 인사를 드리고는 했다. 하지만 무릇 경사나 조사는 여러 사람이 모여 웃고 떠들며 음식을 나누는 것이 기본이고, 경사는 같이 축하하고, 슬픈 일은 위로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문화인데 그것을 전혀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참석 대신에 온라인으로 부조를 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그리고 코로나19는 어쩔 수 없이 사람들에게 자동화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게 했다. 디지털 기기의 활용이나 사용은 이제 생활의 필수가 되었다. 이제 많은 공공기관이나 대중 시설에는 키오스크라 불리는 자동화기기들이 설치되어 있다. 이는 인건비의 문제뿐만 아니라 대면 활동에 부담으로 인해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젊은 사람들이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는 이러한 문화에 쉽게 적응을 한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나 자동화기기에 익숙하지 못한 세대나 지역은 자동화기기로 인한 편리함이나 이득을 취하지 못하고, 디지털 기기 또는 디지털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곤 한다. 결국 이 문제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국가 및 여러 기관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보여주기식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음이 조금 아쉽다.
“아직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음”이라는 미증유(未曾有)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 단어가 문법적으로 부정적인 표현에만 써야 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코로나19로 닥친 미증유 사태는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로 변화된 세상은 모두 부정적인 세상만은 아니다. 마스크를 쓴 일상이 코로나19 외에 많은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한 것도 사실이고, 경조사의 참석 제한은 그동안 허례허식으로 이뤄졌던 많은 행사를 줄이는 효과도 가져왔고, 디지털 기기의 보급과 활용이라는 긍정적이 변화도 가지고 왔다. 그렇다면 이제 미증유라는 단어가 나타내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어 보려는 우리 마음의 변화도 필요한 시기가 되지 않았을까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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