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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에 살어리랏다

우물 정(井)과 샵(#)(아라리사람들 2022.12)

by 즐거움이 힘 2022.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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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아니고, 여기를 클릭하라고요. 그냥, 나한테 줘 보세요. 내가 해드릴게요. “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대화 내용인 듯하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이 위 대화는 젊은 자식들과 나이 든 그의 부모들이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서 나누는 대화이다. 디지털 기기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부모 세대에 답답해하는 자식의 최종 선택지이기도 하다. 이젠 스마트폰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리고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얘기는 젊은이들이나 스마트 기기에 능숙한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다. 아직도 많은 사람은 스마트폰으로 전화만 사용할 뿐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잘 사용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스마트폰 없이도 충분히 살 수 있다.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말이다.

 

내가 처음 어른들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가르치면서 놀라웠던 장면은 어른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사용의 기본인 터치 동작을 어려워한다는 것이다.얼굴에 분을 바르기 위해 볼을 터치한다라고 할 때 터치라며 몇 번이고 설명하면서 동작시키지만, 그 쉬운 동작을 어른들은 잘하지 못한다. 손가락에 굳은살이 있어서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정확한 위치의 아이콘을 눌러야 하는데 손이 떨려서 다른 곳을 누르기도 하고, 아이콘이라는 말을 몰라서 망설이기도 한다. 때로는 액정에 손가락을 누른 채로 손가락을 떼지 않아 예상치 않은 동작이 스마트폰에서 실행되기도 한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디지털 기기는 인간의 명령을 손가락으로 하는 명령 즉, 터치로 받는다

작품 전시회

하지만 노인들은 그 터치를 못 하니 당연히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은 우물정()은 알아도 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 도시에 사는 자식 집의 공동 현관 출입용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알아도 사용할 수가 없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낫과 호미 등과 같은 농기구가 낯설다. 그들은 낫과 호미를 사용해 본 적이 없을뿐더러 만져본 적도 없다. 그러기에 낫과 호미의 용도를 어렴풋이는 알아도 어떻게 사용해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위험하지 않게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의 어른들은 농사일하면서 그들의 어머니와 아버지, 삼촌, 동네 어른들로부터 낫과 호미의 사용법을 배웠다. 때로는 낫에 손을 베이면서 실습으로 그 사용법을 익힐 수 있었다. 우리 어른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디지털 기기로 무엇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러니 배울 기회도 없었다. 아이들이 낫이 무엇인지 몰라 낫을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어른들은 태블릿 무엇인지 모르고, 터치로 무엇을 해본 적이 없기에 터치하는 것이 두렵고, 어색한 것이다. 처음 낫으로 풀을 베는 것이 두려운 것처럼 어른들은 비싼 디지털 기기에 무슨 동작을 하는 게 두렵다. 우리는 아이들에게는 늘 새로운 것을 가르친다. 아직은 세상에 모르는 것이 많기에 배워서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어른들에게는 새로운 것을 잘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과 그 나이에 배워서 뭐 할까 하는 의식, 그리고 그들의 배움이 느리다는 이유이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를 잘 사용하는 내 어머니와 내 아버지는 내가 그들을 부양하는 수고로움을 배운 만큼 덜어줄 수 있다. 그들은 휴일에 내가 없어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으며, 리모컨을 잘못 눌러 외부입력이라고 나오는 TV를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직접 만나지 않아도 생일을 맞은 손주, 손녀에게 용돈을 줄 수 있게 되고, 배운 만큼 디지털 세상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부모나 주위의 나이 든 어른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게 가르쳐 드리는 것은 효도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그들을 부양해야 하는 우리의 작은 귀찮음을 덜어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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