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글에 철없어 보이는 나의 아들 이야기를 썼었다. 신문이 발행된 후 몇몇 지인이 나에게 아들의 안부를 물었다. 그들은 긴말하지는 않았지만 ‘자식은 다 그렇지 않겠냐?’는 위로의 말도 있었고, ‘아들이 너무 철이 없다’는 식의 동조(?)도 있었다. 지난 호 초고를 쓴 후 나는 아내에게 그 글을 보여주었었다. 아내는 아들이 보면 기분 나쁘지 않겠냐고 나에게 물었다. 그 물음에 내 느낌과 생각을 쓴 것이기 때문에 아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얘기하며 원고를 송부했다. 물론 아직 나의 아들은 그 글을 보지 못했다. 내가 보여주지 않는 한 원주에 있는 아들은 그 글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에 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의 아들은 나에게도 밉지만 밥은 줘야 하는 아주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이다. 아들은 어렸을 때 내 배 위에 엎드려 자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잠을 못 잘 때는 나의 배 위에 엎드린 채 내가 지어낸 말 같지 않은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자곤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아들이 성인이 되면서 부자간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둘 사이에 특별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라면 내가 아버지가 처음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나의 아버지는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아주 일찍 세상을 뜨셨다. 지금 내 나이보다도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와 동네에 단 하나뿐인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자식 다섯 중의 막내인 나를 무척 귀여워하고 예뻐하셨다. 당시 어린이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의 주인공 손창민이 들고 있던 워키토키를 사 달라고 떼쓰는 막내의 종아리를 빗자루로 멍들도록 때리기도 하셨고, 맞고 우는 아들이 안쓰러워 손을 잡고 인천 시내에 나가 워키토키를 사 들려주기도 하였으며, 야구를 좋아하던 나를 위해 대학생 형을 시켜 서울 동대문에서 야구방망이와 글러브를 사오게도 했었다. 심지어 여름 방학에 보이스카우트 야영을 하는 나와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을 위해 짐차라 불리는 큰 자전거에 수박을 잔뜩 싣고 야영장까지 오시기도 하였었다. 그런데 나에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여기까지였다. 아버지가 투병을 시작한 중학교 시절 이후 아버지와 나와 관계는 나의 기억 속에 없다. 나는 사춘기 이후 아들에게 아버지라는 존재가 어떤 모습인지 경험으로 학습하지 못하게 되었다. 단지 아프신 아버지만 기억 속에 남았을 뿐.
나는 성인이 된 아들과 생활하면서 내가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할 때가 종종 있다. 아들이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아직은 어른이 보호해야 할 미성년자이기에 부모가 보호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것을 지시하고, 간섭하고, 때론 화도 내고, 때론 칭찬도 하면서 키울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의 아들이 성인이 되었다. 성인 된 아들이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면 내가 저 나이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생각하며 아들에게 그 시절의 나를 대입해 보며 아들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에 일어난다. 나의 아버지라면 성인이 된 아들에게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하면서 지금 나에게 나의 아버지를 대입하려고 하지만 대입이 되지 않는다. 성인이 된 나에게 대입할 수 있는 아버지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대입되어야 내가 싫었던 것은 하지 않고, 내가 좋았던 것을 할 것인데 그게 되지 않는 것이다.
요즘도 가끔 나는 아들과 미묘한 마찰이 일어나면 내가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하던 날 식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아들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아들이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아들아! 아빠는 아빠의 아빠가 일찍 돌아가셔서 성인이 된 아들에게 아빠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른다. 그러니 혹시 앞으로 아빠가 너에게 하는 행동과 말 중에 거슬리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라. 언제든지 다시 생각해 보마. 그것은 아빠의 교육 방식이 아니라 몰라서 그렇게 하는 것이니까. 아빠가 조금은 미숙해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너도 아들이 처음이지만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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