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잠을 깨면 갑자기 생각나는 노래가 있는 날이 있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 없이 그 노래를 흥얼거리곤 한다.
그리고 또 어느 날은 갑자기 무언가가 너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왜 먹고 싶은지 이유는 없다. 그냥 먹고 싶다.
간혹 술을 먹은 다음 날 양평 신내의 서울해장국이 너무 먹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는 서울 친구에게 전화한다. 양평으로 해장국 먹으러 오라고, 그리고 나도 양평으로 출발한다. 비록 1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이지만 해장국을 먹고 원주로 내려오는 길은 너무도 기분이 좋다.
본 글은 2011.11.29 다음 블로그에 올린 글을 블로그를 이전하면서 재 포스팅한 것입니다.
며칠 전부터 갑자기 시래깃국이 너무 먹고 싶어졌다.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유를 모르겠다.
결혼 후 집에서 시래깃국을 해 먹은 적이 없다. 가끔 식당에서 밑반찬처럼 나오는 시래깃국을 먹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갑자기 먹고 싶을 이유가 전혀 없다.
그래도 억지로 추리를 해보자면 몇 해 전 친구네 집에서 밤새 술을 먹고, 아침에 친구와 함께 먹었던 시래기 해장국의 기억이 나의 머리 저 깊숙이 숨어 있다가 어느 집 처마에 걸린 시래기를 보고 갑자기 튀어나온 것일 듯싶다.
인터넷을 통해 가까운 곳에 시래깃국을 잘하는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또 있다고 해도 시래깃국 집이 맛집에 등록되어 있을 것 같지 않아서 집에서 저녁에 직접 해보기로 했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요리방법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 감자탕을 하기 위해서 시래기를 사다 넣었던 기억이 있어 당시 시래기를 팔던 동네 슈퍼에서 쓰레기 6덩어리를 샀다.
3덩어리에 천원, 괜스레 천 원어치만 사기가 미안해 2천 원어치를 사기로 했다.
먼저 인터넷에 나온 대로 사온 시래기 3개를 찬물에 남가 두었다. 6덩어리를 다하기는 많을 듯싶고, 혹시나 실패하면 어쩔까 하는 마음에 반만 하기로 했다. 요리를 다하고 보니 결과적으로 3덩어리만 하면 4인 가족의 한 끼로 적당한 듯 싶다.
모든 국물 요리의 기본은 육수내기. 시래깃국도 육수가 포인트 일 듯싶다.
시래깃국에는 멸치 육수가 제격이다. 친구와 먹었던 시래깃국에도 멸치 육수 향이 났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1.냄비에 라면 3개 끓일 정도의 물을 넣고,
2.멸치 10마리를 망에 넣은 후 투하.
3.집에 남아 있던 무 조각과 남아 있던 파와 다시마 한 조각( 손바닥 크기)도 함께 투하 후 가스 렌지를 켜서 끓이면 육수 만들기는 끝이다.
이제 사 온 시래기를 찬물에서 건져서 잘 씻고, 새끼손가락 크기로 자른다.
그리고 그릇에 자른 시래기를 담고,
된장을 밥숱가락으로 소북이 넣고, 마늘을 넣고, 파를 넣고, 무친다.
이 과정은 일반적으로 음식 할 때 재료에 양념을 배게하는 작업과 동일한 작업이다. 아... 소금도 약간.
시래기를 주물럭주물럭 양념이 잘 배게한 후 육수가 우러나올 때까지 잠시 기다린다.
경험상 다시마와 멸치로 하는 육수는 끓은 후 10분 정도면 충분히 맛이 우러난다.
육수에 들어간 건더기를 걷어 내고, 육수만을 남긴 채
준비해 둔 시래기를 투하. 이제 모든 과정이 끝났다.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갑자기 전에 어디서 먹었던 시래깃국에 두부가 들어 있던 생각이 나서 집에 남아 있던 두부 1/3 정도를 잘게 썰어서 투하. 그런데, 이것이 나의 치명적 실수였던 것을 나중에 알았다.(맛에는 문제가 없었음)
한참 후 국의 맛을 보기 위해 국의 뚜껑을 열었더니 헉! 두부가 엄청 커졌다. 두부는 데치듯이 마지막에 넣었어야 했는데, 성급한 마음에 미리 넣었던 것이다. 하여튼...그건 그렇고 맛을 보자.
헉!! 소리가 난다.
"바로 이 맛이야!. 그토록 내가 찾던 맛이 이 맛이야. "
그 옛날 김혜자가 출연했던 다시다 CF가 생각날 정도의 대단한 맛이다.^^;
갑자기 마음이 뿌듯해지는 저녁이다.
부인과 나와 아들이 모여 앉아 시래깃국에 저녁을 먹는다. 집사람도 맛있게 먹는다. 물론 나도 맛있게 먹는다.
그런데 아들은 시큰둥하다. 국물은 맛있는데, 자기 취향은 아니란다. 괜스레 기분이 묘하다.
하지만 나는 좋다. 내가 먹고 싶었던 그 맛을 내가 직접 해먹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남은 시래기 3개도 내일 해 먹어야겠다. ^^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 모의고사와 편지 한장 (0) | 2014.09.01 |
---|---|
43살에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0) | 2014.09.01 |
국립공원 그린포인트 성공할 수 있을까? (0) | 2014.09.01 |
What is to be done!! (0) | 2014.09.01 |
고길동 그리고 저작권, 강풀 (0) | 2014.08.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