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다음 블로그에 올린 글을 블로그를 이전하면서 재 포스팅한 것입니다.
통행금지가 있던 어린 시절 12월24일 밤과 12월31일은 합법적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합법적인 하루에 불과했다. 물론 가족들이나 산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다는것은 꿈도 꾸지 않았었다. 아니 산타가 선물을 주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몰랐을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 전날이면 고등학교때까지는 다니던 교회에서 누군가로부터 복불복으로 받는 선물 교환이 전부였다. 아니 선물 교환 보다는 선물 추첨이 더 올바른 표현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나에게 이번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선물을 보내주었다. 내가 준게 아니라 내가 받았다.
아이들이 어리다면 아이들의 선물을 나와 처가 준비했을지도 모르지만 아이들도 이제 다 컸고, 내가 너 보다 먼저 산타가 가짜인 줄 알았다고 하면서 싸우는 아이들에게 산타 인척 선물도 우습고, 종교도 없으면서 크리스마스에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선물이니 뭐니 하는 것도 우스워 올 크리스마스는 그냥 선물같은 거 없이 조용히 지내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는 그렇게 아이들과 담화(?)와 보드게임를 하면서 12시 넘어 산타가 없음을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나에게 산타가 다녀갔다.
아침 9시 다 되어 일어나 거실에 나가보니 거실 탁자에 3개의 선물 상자가 나란히 있었다.
새벽에 물 마시러 나왔을 때도 없었던 선물상자가 이런 라벨이 붙은 상태로 있었다.
아빠, 엄마, 오빠.
한 사람이 빠진 거 보니 그 사람이 보낸거다. 딸 선형이가..
흐뭇한 맘에 상자를 열어 보았다.
상자 안에는 편지 한 통과 조그마게 접은 작은 장미가 하나 가득했다. 얼마 전부터 색종이로 장미를 접길래 왜 접냐 했더니 그냥 접는다고 하더니....
편지에는 밤새 이걸 접느라 꼬박 밤 새웠으니 감동하고 깨우지 말란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조금 전 물먹으러 나왔던 6시에도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렇다면 그 동안 다 준비하지 못해서, 어제 식구들이 자러 들어간 사이 자기 방에서 밤새 접었구나하는 생각이 드니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듯 했다.
조용히 방에 가보니 딸이 정신 없이 자고 있었다.
철 없는 딸이라고 생각했던 선형이가 갑자기 훌쩍 커 버린 듯했고,
유치원 때 사서 아직도 쓰는 침대는 너무 작게 느껴졌다.
그 동안 나는 아이들에게 선물주던 산타였는데, 이제 아이들이 나에게 산타가 되어 있었다.
43살에 처음 받은 산타의 선물 앞으로 계속 받을 수 있을까?
2008.12.26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이란? (0) | 2014.09.01 |
---|---|
아들 모의고사와 편지 한장 (0) | 2014.09.01 |
시래깃국 만들기 도전! (0) | 2014.09.01 |
국립공원 그린포인트 성공할 수 있을까? (0) | 2014.09.01 |
What is to be done!! (0) | 2014.09.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