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겨울이 매섭다. 하지만 곧 봄이 올 것이다. 봄이 오면 집 마당에 꽃을 심어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에서 마당에 어울릴만한 나무나 꽃 등 각종 식물을 검색하여 본다. 그런데 마땅한 것이 없다. 그래서 사기를 포기한다. 나중에 시간을 내어 꽃집에 가서 사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런데 다음 날 신문을 보기 위해 인터넷 브라우저를 여니 화면 오른쪽에 조경용 나무들과 봄꽃, 그리고 꽃씨 등 식물 관련 광고가 잔뜩 나온다. 꽃을 사라는 하늘의 뜻인가 보다 해서 광고에 나온 상품을 클릭하여 기분 좋게 상품을 산다.
장면 2.
보험 회사에 전화로 확인 할 민원이 생겼다. 그런데 전화번호를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00생명이라 치고 검색을 한다. 그리고 통화를 해서 간단히 민원을 처리했다. 그리고 다음날, 업무를 보기 위해 컴퓨터에서 SNS를 실행시켜보니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자꾸 보험 회사 관련된 광고만 화면 하단에 나온다. 보험 회사 민원 때문에 내가 신경을 써서 그런가보다 생각하며 지나친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우리 모두에게 이러한 경험들이 한두 번씩 있다. 물론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을 우연이겠지? 또는 내가 신경을 쓰다 보니 자꾸 보이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때로는 이 제품을 구매하라는 하늘의 뜻인가 보다 생각하며 물건을 사고 만다. 하지만 그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라 광고주의 뜻이고, AI의 뜻이다.
부연을 하면 위의 두 장면은 우리가 매일 습관처럼 접속하는 포탈들이 광고 업체와 협력으로 진행하는 사용자 맞춤형 광고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내가 사용하는 검색과 행동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분석하여 사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상품의 광고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말은 내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하는 모든 행동이 광고 회사나 인터넷 포탈사이트에 넘어가고, 그들이 나에 맞는 상품에 대한 광고를 강제로 보여주면서 해당 상품을 홍보하고 팔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은 컴퓨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과도 연동되어 동시에 진행된다. 물론 이러한 기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고, 우리에게 공지된다. 하지만 일반인이 하기에는 너무 번거롭고 귀찮고 어렵다.
우리는 평소 길을 다니면서 수많은 카메라에 노출되고 저장된다. 거리에 설치된 CCTV, 자동차에 장착된 블랙버스가 그런 것들이다. 그리고 그렇게 녹화된 영상만 조합해도 한 개인의 동선은 대부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경찰들은 범죄자를 잡는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은 실생활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온라인상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난다. 내가 아무리 방문 기록이나 검색 기록을 지워도 나의 행적은 이미 어딘가에 기록된 후 지워지는 것이다. 실생활에서 찍히는 감시 카메라처럼 온라인에서 내가 아무리 기록과 추적을 거부해도 이것을 막기는 쉽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기기에 대한 수요 및 필요성이 급격히 대두되었다. 그리고 방역을 위해 우리 모두의 일거수일투족이 여러 가지 수단으로 기록되고 있다. 안전한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서 이러한 감시나 기록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생각한다면 조금은 불편한 감시일 수 있다.
우리는 신문이나 각종 미디어를 통해 유명인이 우연히 찍힌 사진이나 영상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본다. 그리고 나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 어리석은 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나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록된 나의 사생활 정보가 악용될 때 우리도 그 유명인과 같은 어려움을 당할 수 있다. 코로나 19 방역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더더욱 세밀하게 기록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기록된 개인들의 정보는 잘 보호되고 있는지 한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이며, 디지털 세상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최소한이라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우리 스스로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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