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7 다음 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블로그 이전으로 재 포스팅합니다.
며 칠 전 인천에 사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용건은 서울 출신인 자기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인천 출신인 네가 보면 좋을 것 같으니 한번 읽어보라는 것이었다.
삼미슈퍼스타즈.
내 기억 저편에 숨어 있던 아련한 기억들을 하나씩 하나씩 끄집어 내는 그런 이름이다.
그리고 너무도 잊고 싶은, 그러나 잊지 못하는 이름이다.
초등학교(국민학교) 5학년인가 처음으로 야구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야구에 흠뻑 취해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집 앞 육교 밑의 공터에서 시간 날 때마다 육교 다리에 혼자 공을 던지면 놀던 기억. 마땅히 야구할 곳이 없어서 일요일 새벽 6시에 저 멀리 여상 운동장으로 야구하러 가던 기억. 다른 동네(석남동) 친구들과 짜장면 내기 시합을 하던 기억.
야구 방망이가 없어 목재소를 경영하시던 태호 아버지가 제작해주신 나무방망이로 야구하던 기억들.
고등학교 들어간 그 해 프로야구가 시작되었다.
대부분 팀들은 삼성라이온스(대구), MBC청룡(서울), OB베어스(대전)등 낯 익은 동물 이름으로 팀명을 정했다. 그런데 인천을 연고지로 하는 삼미는 그 이름도 유치 찬란한 삼미 슈퍼스타즈로 팀명을 정했다. 그 시절 얼마나 쪽팔리던지, 정말로 이불 뒤집어 쓰고 울고 싶었다.
지금 봐도 촌스럽다.
설상가상.
이름이 슈퍼스타즈면 슈퍼맨답게 사자, 호랑이, 곰 같은 동물들과 싸우는데 실력이라도 월등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창단 첫 해 삼미슈퍼스타즈는 아직도 깨지지 않은 우리나라 야구기록들을 만들어 놓았다. 대표적인 기록이 시즌 최저 승률 0.125, 시즌 최소 득좀 302점 등등.
1998년, 내 나이 서른이 넘고, 이미 두 아이의 아빠가 된 가을.
인천에서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가 있었다.
같은 인천 출신인 친구와 양주 아닌 양주 나폴레옹 한 병씩을 발목에 숨긴채 인천 야구장을 찾았다.
인천 연고지인 야구팀이 한국시리즈에 우승하는 그 위대한 장면을 보기 위해서.
그 날 현대 유니콘스는 한국 시리즈 우승을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기쁘지 않았다. 이상하게 행복해야 하는데, 행복하지 않았다.
이유는
우승한 팀이 삼미슈퍼스타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후 삼미, 청보, 태평양으로부터 인천을 연고지로 받은 현대는 인천을 떠났다.
그리고 나도 야구를 떠났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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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또 야구를 한다.
사회인 야구팀에서 최고령 선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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