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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건강검진과 내시경 그리고......

by 즐거움이 힘 2014.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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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2010년 12월 31일에 쓴 글입니다. 현재 블로그 이전 중이라 다시 포스팅합니다.


"위 상태가 너무 안 좋습니다. 상,중,하로 하자면 하 입니다. 조직검사를 해야겠습니다."

 

2010년 12월 24일 건강 검진과 암 검진을  받았다,

매년 하는 연례행사이기는 하지만 올해는 암검진 대상이라 암 검진을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었다. 집사람도 함께 건강 검진을 받기 위해 서로 시간을 낼 수 있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로 날짜를 정했고, 같이 검진을 받았다. 40대 중반을 넘어가는 즈음에 이제는 내시경을 받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시경을 하기로 했다. 내시경에 대한 이러 저런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인지 겁이 나기도 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일반내시경을 받았다.

 

내시경 검사 후 의사의 소견을 듣는 시간이 되었다. 의사가 차트를 보면서 혀를 찬다. 내 위 상태가 너무 나쁘다는 것이다. 단순히 안 좋은게 아니고, 최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하는 말이 의심스러운 조직이 있어  5개 떼어 냈으니 조직검사를 하겠단다.


"조직검사라면?"

"큰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단순히 염증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 결과를 보러 다시 오라고 했다.

결국, 의사의 얘기는 염증일 수도 있지만 다른 것 일 수도 있다는 내포되어 있었다.

 조직검사. 그동안 별문제 없이 들었던 이 말이 이날처럼 무섭게 들린 적이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조직검사는 암이냐? 아니냐? 를 말하는 다른 표현일 뿐이기 때문이었다.

 

내시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집사람과 나는 말이 없었다. 뭔 말이 하고 싶은데, 말이 생각 나지 않았다. 다만 머리가 복잡할 뿐이었다. 집 사람도 마찬가지인 듯하였다.

 방학한 딸아이와 셋이 점심을 먹고, 이러 저런 얘기를 하니 다시 마음이 진정이 된다.

"뭐..별일 있겠나?" 라는 생각과 "차라리 잘된거야...미리 알아서......"

"너라도 별문제 없어서 다행이야." 집사람의 건강상태가 문제없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혹시라도 부정 탈 것 같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면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는 싶었지만, 순간순간 생각나는 잡다한 생각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검사 결과를 전달받기로 한 오늘. 얘들은 방학이라 아직 자고, 아침 식사를 집사람과 단둘이 했다. 이상하게 식사자리의 공기가 무겁웠다. 집사람이 병원에 같이 가고 싶단다. 괜찮다고 말하고 집사람이 출근한 후 혼자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접수를 하고 진료시간을 기다렸다. 30 여 분을  기다리는 동안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왜 그리 시간이 길던 지.

 

그냥 염증이겠지?  암이라고 하면 어떡하지?

결과가 나쁘면 집사람한테 뭐라고 전화를 해야 할까?  그냥, 문자로 전 할까?

수술해야 하나? 방사선 치료를 해야하나?아니면............

병원 대기실 대형 TV에 나오는 화면도, 어느새 내 손에 들려있는 잡지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들어오세요"라는 의사의 말이 들린다.

"어떻게 오셨어요?" 

갑자기 의사에게 실망감과 함께 분노가 일었다.

난 일주일을 마음 졸이며 잠도 잘 못 자면서 지냈는데, 담당 의사는 내가 왜 왔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화나게 했다.

"얼마 전 내시경 후에 조직검사를 해서 결과를 보러왔습니다."

"아,그러시군요.잠시만요.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그 짧은 시간에 의사의 질료 차트가 내 눈에 들어온다. 뭔지는 모르지만 짧은 영어 문구가 보인다. 단 한 줄이다. 괜히 안심이 된다.

 

"단순 염증이네요."

이 말 한마디에 긴장이 풀린다.

의사에게 일었던 분노도 실망도 사라진다. 의사에게 갑자기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졌다.

세상에서 제일 잘 나고, 유능한 의사처럼 그가 보였다.

그에게 많은 걸 물었다.

  

진료실을 나서면서 일을 못하고 걱정하고 있을 집사람이 생각났다.

"나 괜찮데, 정산하고 잠시 후에 다시 전화할게"

정산을 하고 나니 이제야 다시 내가 된 듯했다.

걱정했을 부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증상을 설명하니, 나한테 말은 못하고, 맘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진다. 너무 다행이란다. 그리고 너무 좋아한다.

 

오늘이 12월31일이라는 것이 이제 느껴진다.이제 2010년을 보낸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있던 두려움도 걱정도 함께 보낸다.

 

내일 뜨는 2011년 태양은 어느 해의 태양보다 밝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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