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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담임선생님의 전화 한 통

by 즐거움이 힘 2014.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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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2009년08월20일에 쓴 글입니다. 현재 블로그 이전 중이라 다시 포스팅합니다.


찡~~~찡~~~찡

점심나절 못 보던 일반 유선전화 번호가 핸드폰에 찍힌다.

집사람은 출장 중이라 집사람 사무실 전화도 아니고, 어딜까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아빠 나 선형인데 선생님 바꿔줄게" 

중학교 2학년인 딸의  짧고 명확하고 황당한 한 마디.

 

그리고 전화 바꿔주는 순간의 짧은 침묵. 그러나 나에겐 아주 긴 침묵 그리고 긴 생각의 시간.

무슨 일 일까? 애가 사고라도 쳤나?

우리 딸이 사고를 칠 애는 아닌데? 아들 놈이면 몰라도......

 

방학 숙제를 안해갔나? 아무리 방학 숙제를 안해갔다고 학부모한테 전화를 해?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는 이 싯점에서  그런 스승님이 계실까?..

  

"저  담임 선생님인데요"


뭔가 이상하다.

 

"네?... 안녕하세요"

 

"애가 염색을 했는데요. 염색을 안풀고 학교에 와서요"

"우리 애가 염색을요?"

"..............."

 

아! 맞다. 분명히 방학 때 염색을 했다.

그리고 개학 하기 전에 염색을 풀기로 하고....아뿔싸.

 

"어제 분명히 오늘까지 염색을 풀기로 했는데, 오늘도 염색을 풀지 않고 와서요. 이번에는 부모님에게 연락해서 부모 책임하에 염색을 풀게 할려고 합니다."

"하하하..죄송합니다."  근데..왜? 웃음이 나지

".........................."

"분명 제 허락하에 방학 때 염색을 했는데, 염색이 지금도 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네요.

어제 머리가 너무 긴거 같아서 자르라는 소리는 했는데 우리 애 머리가 염색되었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하하"

 

"부모님은 매일 보니까 모르시지만 저희는 많은 학생을 보니까.염색한 학생이 바로 티가 납니다."

"아..네.. 근데 오늘 집에서 염색 풀면  바로 될까요?"

"........  미장원에서 하시면 완벽하게 됩니다."

"아..네..그럼 제가 책임지고 원상 복귀 시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하하"

"그럼..안녕히 .."

"네..안녕히계세요. 애 좀 바꿔주세요"

 

"아빠"

"응..너 염색 아직도 있었구나. 근데 어제 왜 얘기 안했어?"

"까먹었어"

"그래? 알았어. 이따가 풀자. 걱정하지마. 이따가 봐~~"

 

방학 특권으로 방학용 머리 진한 갈색으로 염색했던 우리 딸.

하지만 우리식구는 계속 보고 있었기에 전혀 감각이 없었던 거다.

 

어제 개학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온 식구가 같이 외식을  하자고 해서 저녁식사를 했다.

개학을 했으니 새로운 맘으로 새롭게 생활하자고 화이팅을 외쳤고, 딸의 머리가 너무 길어 앞머리만이라도 짤라야 하지 않을까 하며 몇번이고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정작 염색된 것을 까많게 모르고 있었다니...이게 웬 망신이람.

 

선생님 목소리를 봐서는 반드시 오늘 염색을 풀어야 할 것 같은데.

집에서 염색을 해야하나? 아니면 미장원에서 해야 하나?

미장원은 비쌀텐데.. .집에서 하긴에 머리가 너무 길고, ..

아... 고민이다.

이따가 딸이 오면 생각하자.

 

에이..장마도 다 지났는데..뭔 비가 저리 오나.

시끄러워 죽겠네.


200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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