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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일제고사와 딸

by 즐거움이 힘 2014.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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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2008년 12월 26일에 쓴 글입니다. 현재 블로그 이전 중이라 다시 포스팅합니다.


나에겐 중1짜리 딸과 중3인 아들이 있다.

중3 아들은 고입 고사를 끝내고, 연일 노래방이다 게임방이다 돌아 다니느라 정신이 없고,

딸도 오는 24일이 방학이라 삼일만 지나면 방학이네, 이틀만 지나면 방학이네 하면서 요즘 늘 들떠 있다.

 

하지만 나와 아내는 중학교 1학년과 2학년이 실시하는 일제고사 때문에 마음 한 쪽이 무거웠다. 중3 아들은 고입시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시험보는 것 자체를 싫어해서 만일 일제고사를 본다면 보지 않겠다는 소리를 할 것 같은데 다행이 해당 학년이 아니라 별 문제 없이 지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일제고사 대상인 딸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는 거다. 7살에 학교에 가서 생각하는 것이 어린 듯하기도 하고, 오직 가수가 되고픈 꿈만 가지고 연예인을 쫒아 다니고 있어 사회에 대한 어떠한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식구들과 이러 저런 대화를 자주 하는 편이라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도저히 판단을 할 수가 없다.

 

결국 딸한테 일제고사 어떻게 할거냐? 하는 물음은  암묵적인 어떤 요구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고 보기로 했다.

 

그런데 어제 저녁 딸이 시험지를 가지고 나에게 왔다. 시험지를 보는 순간.  

아! 오늘 일제고사를 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 학교에서 무슨일이 있었나 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딸은

"이번  기말고사는  잘 못본 것 같은데, 아빠가 일정 성적되면 사준기로 한 베이스 기타  일제고사 점수 참고해서 사줘!" 

결국 자기는 일제고사를 잘 봤다는거고, 그러니 그 성적을 참고해달란다.

 

엄마, 아빠는  딸이  일제고사를 보는냐 마는냐를 어떻게 결정할 지가 고민이었는데, 딸은 그런 문제는 안중에도 없고,  이걸 어떻게 자신에게 유용하게 이용할까하는 문제가 더 고민이었나 보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사실은 오늘 아침일이다.

아침 식사를 하는데, 우연히 딸이 신문을 봤는지 얘기를 한다.

"아! 저 학교는 좋겠다. 일제고사도 안보고......"

전북지역의 일부 학교가 일제고사를 안보았다는 기사를 본 것이다.

 

그 말에 난 그래도 우리 딸이 일제고사 문제를 알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커다란 착각이었다. 아직 우리 딸은 어린애에 불과했던 것이다.

 

"아빠! 근데, 왜 일본 시험을 우리가 봐야해?? 우리도 보지말지."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일제고사말이야! 왜 일본시험을 우리나라에서 보는냐 말이야. 일제시험은 거부해야 되는거 아냐? "

"..........."

 

미안하다!   딸!!  .아빠 엄마가 잘못했다.ㅜㅜ

 

2008.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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