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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행

[원주] 치악산 5 치악산 종주(금대리 야영장 ->남대봉->향로봉->비로봉->구룡사)

by 즐거움이 힘 2014.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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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로 이사 오고, 등산을 시작한 후부터 숙제처럼 느껴졌던 것이 치악산 종주였다. 아마도 산을 자주 다니다 보면 지리산 종주가 꿈이 되고, 전문 산악인이 되어서는 에베레스트 정복을 해보는 것이 꿈이 되는 것과 같이 이치인 듯하다.


 본 글은 2011.06.14 다음 블로그에 올린 글을 블로그를 이전하면서 재 포스팅한 것입니다


어쨌든 이제 40대 중반을 넘어가는 나이라 무리한 종주는 하지 않으리라는 마음을 먹고, 몇 번의 탐색 끝에 6월 11일 토요일 치악산 종주를 결행하기로 다짐을 했다. 


치악산 종주는 금대리 또는 성남에서 구룡사까지 등반하던지 그 반대를 의미한다. 그런데 신림 성남 쪽은 지난번에 등반하였기에 금대리자동차야영장에서 구룡사를 구간을 선택했다. 출발지를 금대리로 설정한 이유는 구룡사 쪽이 다른 지역보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금대리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금대리까지는 집사람이 차로 데려다 주었다.

 



 

그림에 보듯이 성남구간은 10시간 이고, 금대리 구간은 9시간가량 걸린다고 하니, 한 7시간이면 가능하겠지 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느끼며, 9시 30분 금대리 야영장에 도착했다. 각 구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전 다른 글에 있으니 생략한다.

 

 

 

토요일임에도 등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야영장에는 이미 수십 채 텐트가 처져 있었다. 아마도 금요일 밤에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 온 사람들인가 보다. 대부분 어린아이와 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아빠 빨리 집에 가자!"라는 어린아이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아이는 불편한 야영장이 싫은가 보다. 그런데 어쩌랴? 아빠는 좋은걸.

 

 

 야영장을 뒤로하고, 천천히 영원사로 발길을 옮긴다. 지난해 수해로 유실되었던 길이 아직도 복구가 안 되었는지 아직도 공사 중인 곳이 있다. 새롭게 다리도 놓았고, 포장도 새로 하고 있다. 그런데 출입통제라고 줄 쳐 놓았지 등산객 이동 경로는 전혀 표시해놓지 않았다. 나를 포함한 몇몇 등산객이 우왕좌왕하면 길을 찾는다. 결국, 다리 밑 계곡을 건너가야 했다. 하산 때 보니 구룡사에도 공사하고 있었지만, 구룡사 쪽은 등산객 안내표시가 잘 되어 있었다.

 

영원사까지는 평범한 등산로였다. 이 등산로는 난이도 C급(최하)으로 분류되는 길이다. 등산로라기보다는 산책로에 가깝다. 영원사를 거쳐 이제 남대봉으로 향한다. 영원사 위에 있는 영원산성을 보고 싶었지만, 현재 출입통제 기간이라 올라갈 수가 없다.

 

 

 

 

영원사에서 남대봉 등산로는 초행이다. 등산로가 조금씩 가팔라진다. 마치 구룡사 계곡 등반로와 비슷한 느낌이다. 힘들긴 하지만 나름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지루하지 않은 등산로이다. 올라갈수록 경사가 급해진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계속 올라갈 수가 없다. 이런 급경사로 이루어진 등반로는 또 난생처음이다.(아래 사진 참조)



 

아마도 이 등반로는 사람들이 껄떡고개라고 부를 것 같다. 등산 난이도가 왜 A급인지 충분히 알 듯하다. 출발한 지 2시간 되니 남대봉에 도착한다. 올라 온 사람들 마다 힘이 모두 빠진 모습이다.

 

이곳 남대봉은 신림 성남에서 올라와 상원사를 거쳐 등반하는 코스의 정상이다. 지난번 성남쪽 등반 때에도 여기까지 올라왔었다. 당시에는 산불조심 기간이라 능선을 이용할 수 가 없었다.  이제부터 능선길이라 별로 힘들 것 같지 않다. 이제 시간과 싸움이란 생각이 든다.

 

준비해 온 김밥을 먹고, 잠시 휴식.

12시 10분경 이제 향로봉을 향해 출발. 능선길이라 확실히 덜 힘들다. 작게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어려운 등산로는 아니다. 아직은 체력에 문제는 없다.

 

드디어 1시 50분 향로봉에 도착했다. 향로봉은 행구동 쪽 등산로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정상인 셈이다. 며칠전 식구들과 곧은재로 거쳐 올라왔을 때 올라왔던 곳이기도 하다. 안내책자에 나온 예상시간과 거의 비슷하게 걸린다. 2시간 정도 단축할 수 있으리라는 나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깨지는 순간이다. 잠시 휴식 후 마지막 비로봉을 향해 출~~발.

 

 

향로봉을 출발하는 순간 약간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향로봉(1,042M)과 비로봉(1,282M) 높이 차이가 200M 이상, 비로봉으로 가려면 곧은재까지 약간의 내리막 그렇다면 실제로 비로봉까지 높이 차이는 약 300M 이상이다. 결국, 3시간 정도를 오르막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말이다.

곧은재 까지는 지난주에 등반했던 길이라 익숙하다. 곧은재를 지나 이제 마지막 비로봉으로 간다.

 

 

항상 불길한 예감은 적중한다. 조금씩 오르막 등반로가 계속 이어진다. 출발지를 구룡사로 하고 금대리 쪽을 하산길로 할 것 하는 후회가 몰려 오기 시작한다. 3시가 넘어가니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숨이 차거나 몸이 아픈 것은 아닌데, 다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그런데 나의 아픔과 상관없이 계속 오르막이다.

드디어 3시 50분 입석대로 내려가는 삼거리 도착했다.

입석대까지 1KM. 입석대를 통해 입석사 쪽으로 그냥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이제 비로봉까지 30 여분이면 가능한데,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저 멀리 커다란 봉우리가 보인다. 비로봉에서는 잘 몰랐던 3개의 돌탑이 선명하게 보인다. 다른 산과 다르게 최고봉이 산 중앙에 불뚝 솟아오른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다.

봉우리의 자태에 기뻐하기 보다는 저 가파른 봉우리를 어떻게 올라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비로봉에 올라가지 않고, 그냥 내려갈까 하는 맘까지 든다. 그런데 어쪄랴? 비로봉이 바로 코앞인데....

 



 

나무 계단과 돌계단을 죽을 힘을 다해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니 비로소 비로봉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오른 기쁨보다 힘들다는 생각이 먼저다. 4시 20분, 정상 비로봉까지 약 7시간이 소요되었다. 이제는 하산만 남았다. 내려가는 길이라 다행이다.

 



 

보름 전 하산했던 계곡 길이 험했던 기억이 나 하산길은 사다리병창 길을 택했다.

하지만 사다리병창 길은 역시 사다리병창길이다. 하산도 만만치 않다. 계단도 가파르고, 길도 험하다. 계곡 길로 갈 걸 하는  후회가 들긴 하지만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이쪽 길이 휠씬 나은 듯하다. 어쨌든 오르막길이 아니라 훨씬 수월하다. 어렵게 세렴폭포에 도착하니 해가 지려는 듯 주위가 어두워진다. 휴대폰 배터리가 다 되어 시간도 확인할 수가 없다. 아마도 6시 정도 된 듯하다.


차가운 계곡물에 세수하고 발을 씻고 이제 구룡사 입구로 마지막 출발!


이제부터 길은 등산로라기 보다는 산책길이다. 잘 정돈된 길이라 여유가 생긴다. 마지막 있는 힘을 내서 걷는다.

구룡사 입구 통제소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매표소로 나가니 다행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버스에 올라타니 버스에 표시된 시간 6시40분이 반짝인다. 버스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작은 기쁨을 준다.

 

아침 9시30분 금대리 야영장을 출발해서 구룡사 매표소 주차장 도착 오후 6시40분. 무려 9시간10분이 걸린 긴 등반이었다. 빨리 집에 가서 더운물에 목욕을 하고 쉬고 싶다.

오래 밀린 숙제를 하나 해놓은 기분이다. 

 

이번 등반에도 아이폰앱 마이코치를 사용했다. 하지만 GPS를 못 찿고 헤매다 결국 핸드폰까지 방전되고 말았다.

앞으로 마이코치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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