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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행

묻지마 여행 - 원주에서 삼척까지

by 즐거움이 힘 2014.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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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 것인가? 두 번째 목적지는 동해안으로 어딘가로 정했다. 버스보다는 기차를 선호하기때문에 기차역을 검색하여 일단 동해역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기차의 최종 종착역은 정동진역이었으나, 이유 없이 정동진은 식상해 동해역까지 예매를 하고, 삼척으로 향하기로 했다. 동해에 머물어도 되는데, 삼척으로 정한 이유는 기차역으로 향하는 택시에서 나온 라디오 방송때문이었다. 



버스를 타고 원주역으로 가려고 했지만 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아 택시를 타고 말았다. 대중 교통으로 시간에 맞춰 어딘가를 간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 원주역에 도착하니 유치원 아이들이 기차를 타고 어디를 가는지 잔뜩 있었다. 보통 노랑 병아리라고 표현을 하는데, 붉은 색의 옷을 입고 있어서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표현이 생각나지가 않았다. 빨갱이라고 하면 안 될 것이고, 내 표현의 한계를 또 한번 느낀다.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어 적자니 민영화니 하는 말들이 많은데, 기차를 이용하여 어딘가를 가는 유치원생들을 보니 웬지 모르게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들의 뒤를 따라 플랫폼에 들어서니 하나의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휠체어 승차를 돕는 기구인 듯하다. 정시에 온 기차에 유치원 아이들과 함께 타고, 동해로 향했다. 목적지인 동해까지는 약 3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기차 창으로 보이는 초가을의 산과 들이 정겹다.



동해까지 운행하는 기차가 다니는 노선에는 석탄과 시멘트를 운반하던 지역이 많아 가끔 시멘트 원료 등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곧 영월을 지나니 기차는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가끔 귀가 먹먹하기도 하다.



기차 창 밑으로 도로가 보인다. 산 정상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낯 선 풍경에 이 기차를 낮에 탄 기억은 처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니 탄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에 기억을 더듬어 보니 기억에 없다. 아마 처음인 듯 싶다. 얼마 전 여행했던 스리랑카의 차 밭 하푸탈레로 향하는 기찻길만큼 이 길도 아름답다.


그렇게 기차는 목적지인 동해로  계속 향하고, 어느 정차 한 역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많이 내린다.



역을 확인하니 정선 사북역 이다. 옛날에는 석탄을 캐는 광부들이 서울이나 도시에 볼 일  보러 나갔다가,이 역에 내렸을 것이지만, 지금 내리는 저 사람들은 서울에서 카지노를  즐기러 사북으로 오는 관광객들이다. 사실 관광객들이기보다는 오직 카지노만을 즐기기 위한 노름꾼이 대부분이다. 처음 강원랜드에 왔을 때 석탄이 쌓여 시커먼 탄광촌과 거대한 강원랜드의 건물이 대조되는 모습을 보고 놀랐었다. 어찌되었건 오늘 일확천금을 위해 온 저 사람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굿럭 이다.

 


태백을 지나 도계를 지나다 보니 기차가 한 참을 터널을 지난다. 정말로 아주 오랜 시간이다. 예전에 스위치백 구간이 없어지고, 터널을 뚫었다고 들었는데 이것이 그 터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승무원에게 물었다. 이 터널은 구간은 16km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직선이 아니라 곡선의 형태라고 한다. 거의 10분 이상을 통과한  듯하다. 껌껌한 10여 분을 그냥 보내기보다는 이 시간 동안 작은 이벤트를 한다면 좋은 구경꺼리가 되지 않을까하는 쓸데 있는 생각을 했다.



솔안터널을 지나니 곧 동해역에 도착한다. 평일이라 그런지 내리는 사람도 별로 없고, 역이 한산하다.



 곧바로 삼척으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동해와 삼척은 붙어 있는 도시이고, 마치 하나의 도시처럼 여겨지기에 버스도 많이 있었다.



버스를 타고, 20여 분 지나니 삼척 중앙시장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와 버스에서 내렸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중양시장이면 도시의 중심이라는 생각이었다. 거리를 구경하면서 항구로 향하기로 했다. 작은 도시니 항구까지 가까운 거리로 생각했었는데, 중앙시장에서 역까지는 쾌 먼거리였다.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현명하다.




어쨌든 거리 구석 구석을 구경하면서, 그리고 길을 물어 물어 항구까지 가는 길에 오늘 삼척으로 오게한 이유를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바로 도시 곳곳에는 핵 발전소 유치 반대 및 투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택시에서 들은 라디오 프로 얘기를 종합하면 삼척은 2011년 핵발전소 유치를 신청하여 핵발소를 건설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일본 후쿠오카 핵발전소 사고 이후 분위기는 반전이 되었던 것이다. 급기야 시장이 교체되고, 핵발전소 유치 철회 주민 투표를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분쟁은 삼척에서만 아주 조용히, 안에서는 아주 시끄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투표는 법적인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핵 발전소 문제는 삼척만의 문제가 아니다. 좀더 크게는 강원도, 더 멀리는 우리나라, 그리고 더 멀리는 인류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니 만큼 현명한 결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랄뿐이다. 수 많은 핵발전소 유치 철회 투표 관련 현수막을 뒤로 하고, 길을 걸으니 낭만가도라는 푯말이 나타난다.



좀더 지나 가니 낭만가도에 관련한 설명서가 있어 자세한 설명을 보니 강원도 7번 국도를 따라 이루어져 있는 산책길을 낭만가도라 이름 붙여 강원도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듯 했다. 대단히 좋은 의도인 아이디어이긴 하다. 하지만 다른 도시는 몰라도 삼척의 낭만가도를 걸으면서 다음에 또 걷고 싶다는 마음은 안 들듯 싶었다.자동차 소리, 매연, 그리고 먼지 나도 모르게 걷는 동안 입이 가려졌다.



걷고 싶은 길은 옆에 좋은 풍경이 있는 길이 아니라 비롯 아름다운 풍경은 없어도 걷기에 편한길이면 된다. 레미콘 트럭과 대형 트럭이 다니는 길가를 과연 누가 걷고 싶겠는가?



어쨌든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덧 삼척항 입구에 도달했다.



항구엔 몇 대의 작은 배만이 정박해 있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큰 배는 먼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나갔으리라.



가을 바닷 바람에 오징어를 건조되고 있었다. 그리고 바닷가에 도착하니 이제 회에 소주를 한 잔해야겠다는 생각이 내 모든 것을 지배했다. 평일이라 손님이 거의 없었다. 주인 아주머니들은 삼삼오오 모여 오지않는 손님을 기다리면 수다를 떨고 있었다.


 


혼자 있는 아주머니 집을 골라,  잡어를 시켰다. 만 원어치도 가능하다하여 만 원어치를 시켰다. 작은 우럭과 놀래미 그리고 모르는 생선을 섞었다.




생선은 곧 회로 변했고, 회를 받아 뒤편 식당으로 가서 상차림 3천원을 주고, 밥 한공기에 소주를 한 병을 시켰켰다. 아침도 못 먹은 상태에서  3시가 가까운 시간에 먹는 회와 밥 한공기, 더불어 소주는 아주 일용한 양식이 되었다.



이렇게 삼척 바닷가를 즐긴 후 나는 오늘의 잠자리를 찾아 삼척온천관광호텔로 향했다. 그리고 잠은 호텔이 아닌 삼척관광호텔찜질방을 이용했다. 그 찜질방은 아주 좋은 시설이었으며, 평일이라 사람이 없어서인지 커다란 수면실에서 혼자 잘 수 있었다. 참고로 삼척온천도 시내에서 쾌 먼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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