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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삼시세끼

by 즐거움이 힘 2014.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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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따르릉~~"

A:"여보세요?"

B:"응, 나야"

A:"아까 전화 안 받던데?"

B:"응, 아버님 저녁 식사 차려드리고, 설거지 하느라고......"

A:"그래, 수고가 많네.고마워"


위의 대화는 가끔 이루어지는 집 사람과 나와의 통화 내용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위와 같은 대화는  A는 남편이고, B는 부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는 A와 B가 바뀐 상태이다. A가 부인이고, B는 남편, 즉, 나다. 


사연은 이렇다. 처가 어른들께서 현재 살고 계시는 아파트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시골에 농사를 짓기 위한 작은 집을 사두셨는데, 처가 어른 두분의 갑작스런 교통 사고로 집이 비게 되었고, 때 마침 한국에 온 내가 그 빈 집에 기거하게 되었다. 그런데 본인이 사두셨던 집과 기르던 닭, 개 그리고 농작물이 걱정되었던 장인께서 이틀에 한 번 꼴로 이곳에 와서 주무시고 가시는 것이다.  물론 장인께서는 내가 한국에 오기 전에도 아주 가끔 이곳에 와서 주무시고 가곤 하셨다. 본인이 직접 산 집과 밭 그리고 이것 저것 애착을 가지고 일군 땅이라 차를 운전할 수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버스와 택시를 갈아 타고 이곳에 오셔서 돌아 보고 가곤 하셨다.




그런데 지금은 시골 집에 사위인 내가 항시 있으며 돌보고 있으니, 한층 편하게 장인께서 이곳을 드나 드시고, 자주 주무시고 가신다. 아마도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이 어른께는 여러가지로 의지가 되는 듯하다. 나 또한 우리 가족이 외국에 있는 2년 동안 아들을 데리고 있어 주신 처가 어른들께 작으나마 보답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작게나마 농사 일을 같이 도와 드릴 수 있어 마음이 한결 편하다. 그리고 장인과 함께 있는 동안 정치 얘기부터 싸가지 없는 앞 집 아줌마 얘기까지, 그리고  없어 보이지만 찾으면 무척이나 널려 있는 농사일, 누렁이의 재롱과 훈련까지 심심할 틈이 거의 없다. 



tvN 삼시세끼 포스터



그런데 문제는 삼시세끼의 해결이다. 특히 장인께서 주무시고 가시는 1박 2일이면 나는 삼시세끼 때문에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특별히 장인께서 나에게 핀잔을 주거나, 눈치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장인께서 해주시는 끼니를 얻어 먹을 수 없으니 내가 해결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끼니 때가 되면, 마음에 근심이 가득해 진다. 특히, 해도 미처 뜨지 못한 새벽 녘, 일찍 일어나신 장인께서 어제 저녁에 내가 하지 못한 설거지를 하시면서 밥을 하시려 달그락 거리면, 그 소리는 고요한 새벽에 천둥 소리처럼 내 귓가를 크게 울린다. 그리고 알람소리를 미처 듣지 못하여, 못된 시어머니의 호통 소리에 일어난 며느리처럼 화들짝 놀라 부엌으로 달려가면서 내가 하겠노라 말씀드린다.


그런데 그 순간 사위에게 아침 밥을 시키게 되어서 미안해 하시는 백발의 장인 모습과 그 모습이 또 미안한 반백의 사위의 모습이 마치 정지된 영화 화면처럼 되어버리곤 한다. 그 모습은 어찌보면 우습고, 어찌보면 처량하기도 하다. 


오늘 장인께서 1박 2일을 같이 지내시고, 원주로 나가셨다. 나는 전업 주부가 남편을 출장 보내고 좋아 하듯이 오늘 저녁부터 적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끼니를 내 멋대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마음에 혼자 즐거워하며, 새로 산 푸른색의 블루투스 스피커의 음량을 힘껏 누르면 최대한으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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