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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행

[단양 새한서점]4년 만에 다시 다녀 온 새한 서점

by 즐거움이 힘 201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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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다녀왔으니 거의 4년만이다. (아래 지난 글 참조)

 

2014/08/29 - [국내여행] - [단양 - 새한서점]숲속의 헌 책방 새한서점 방문기(2011)

 

단양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이곳을 들르기 위해 핑계를 대고 일찍 끝내고, 다시 한 번 새한 서점을 방문하기로 했다. 4년만의 방문이라 설레기도 하고, 봄의 꽃내음과 함께 산속의 책 내음을 맡고 싶었다. 비가 내려가는 길이 불편했고, 걱정되기도 했지만 가고자 하는 내 마음을 꺾지는 못했다.

 

 4년 전 겨울 딸과 방문했을 당시 정리되지 않은 서점 모습에 조금은 실망했었지만, 이제는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나름 의정리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혹시 없어지지는 않았을까 걱정을 하기도 하며 돌풍과 함께 오는 봄비를 맞으며, 새한 서점을 찾았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옛날 기억이 하나씩 떠올랐다. 첫 방문 때는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저장하여 찾아가니 산 중턱에서 목적지라 알려 줘서,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 겨우 서점을 찾았었는데, 이제는 새한 서점이라 하니 한 번에 검색도 되고, 쉽고 정확하게 알아서 잘 찾아준다.

 

 

마을 입구를 지나 한참을 가니 예전에 본 기억이 있는 듯한 이정표가 나온다. 나무판자에 매직으로 써 시간이 지나면 보이지 않는 이정표는 4년 전과 똑같다.

 

 

이정표를 따라가 내려가는데 보이질 않는다. 이쯤이면 나타날 듯한 데 이상하다. 혹시 없어진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지붕 비닐이 철거된 채 놓여있는 비닐하우스 위치가 새한 서점의 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차를 멈춘 후 길을 살펴보니 아래로 길이 더 나아 있어서 좀 더 내려가 보기로 한다.

 

 

 

조금 더 내려가니 옛날 그 모습 파란 양철 지붕의 새한 서점이 그 자리에 있었다. 머릿속 기억만 남고, 공간은 없어졌을까 두려웠는데 안심이 되었다. 서점 건물 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도 예전 그대로였다. 초봄인데도 굴뚝에 연기가 나고 있는 걸 보니 이곳이 춥기는 한가보다라는 생각과 다행히 사람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아 안심된다. 혹시 누가 나와 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말 그대로 기대로 끝났다.

 

 

건물 끝자락 주차장이라 여겨지는 공터에 차를 세우고 보니 또 4년 전 생각이 난다. 그 때는 2월인데도 눈이 쌓여 있었고, 추웠는데 하는 생각과 그때 함께 왔던 예비 고등학생이었던 딸이 어엿한 숙녀가 되어 있음에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피부로 느낀다.

 

 

비가 내린 덕분에 풀들은 초록을 맘껏 뽐내고 있고, 벚꽃은 절정에 이르러 봄바람에 아랑곳하지 않고, 분홍빛을 맘껏 뽐내고 있었다. 살짝 내리는 보슬비를 맞으며, 서점 건물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긴다. 

 

 

건물 처마 밑엔 자그마한 나무 간판이 보인다. 이것도 오래된 시간과 바람과 비에 의해 글씨가 보일 듯 말 듯 하다.

 

종이에 프린트하여 스탬프로 찍어 놓은 주소가 눈에 띈다. 세월의 흔적이 묻었다기보다는 종이로 인쇄된 것이라 그저 더러워진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서는 입구에 세워진 TV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깃발이 보인다. 아마도 이곳에서 촬영을 했었나 보다, 내가 처음 왔었던 4년 전보다 이전인지 그 이후인지 모르겠지만 그전엔 본 기억이 없으니 그 이후일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예능 프로에 소개되었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방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나만의 공간을 빼앗겼다는 생각이 조금은 들었다.

 

 

서점 건물 벽면에는 이런저런 포스터들도 부착되어 있어 멋진 문화 공간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도 세상에 알려진 후 나름 멋을 내기 위해 치장을 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은 관리되지 않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나무로 만들어진 벽면 때문인지 마치 서부 영화에 나오는 어느 골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열린 문을 찾아 서점 안으로 들어섰다. 예전의 모습 그대로다. 달라졌다면 날씨가 달라졌을 뿐이다.

 

인기척이 없어 사람을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소리를 내어보고, 사무실을 둘러보아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굴뚝에 연기나는 걸 보니 사람이 있는 것은 맞는데, 보이지 않아 직접 찾아 나섰다. 한참을 찾다 보니 주인은 건물 끝에서 건물 계단 수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서점 주인이라기보다는 촌부의 모습이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작업을 중단시키고 싶지 않아 간단히 인사만 하고, 책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시간에 여유가 있어 책을 골라보고, 잠깐 어딘가 기대어 앉아 책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책이 있다면 넉넉히 책을 사 가지고 오고 싶었다. 그래서 오는 길에 혹시나 현금도 인출했다. 그런데 감히 책을 뒤척이며 볼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책이 너무 더러웠다. 많은 책들은 흙바닥에 내팽개쳐 있었고, 책들에는 먼지가 수북했다. 더우기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려 서점 안은 습기로 가득하여 눅눅했다.

 

바닥에 널린 책들은 정도가 심했고, 책꽂이에 꽂힌 책들도 먼지가 수북이 덮여 있었다. 만일 책을 꺼내어 본다면 장갑이 필요할 듯했고, 혹시라도 맨손으로 책을 넘기면서 나도 모르게 손가락에 침을 묻히려 책을 뒤적이던 손끝을 혀에 댄다면 더운 여름날 포장되지 않은 도로에 덤프트럭이 전속력으로 달려 지난 간 후 흩날리는 먼짓가루를 마시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날 것 같았다. 그래도 오늘은 비가 오고 있어 먼지가 날리지는 않았다.

 

 

 

 

아마도 많은 헌 책들을 관리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 나름 깨끗한 책 한 권을 꺼내서 보니 책의 뒷면에는 가격표와 바코드가 붙여져 있었다. 아마도 인터넷 판매를 주로 하는 것이라 이러한 관리가 필요할 듯 싶었다.

 

다행히 책장에는 종이에 매직으로 쓰인 분류표가 붙어 있어 쉽게 관련된 책을 찾을 수는 있었다.

 

서점 구석구석을 다니다 보니 일부 책장에는 거미줄과 먼지들이 뒤엉켜 감히 책을 뽑아 볼 수도 없었다. 거미줄 밑의 책을 뽑아 훈민정음 해례본이라도 나온다면 모를까 감히 저곳 주위의 책을 뽑아 볼 수가 없었다.

 

더욱이 일부 책장은 기울어 위태롭기만 했다. 지나다가 우연히 몸이라도 부딪히면 곧 무너질 듯했다. 혹시 내가 건드려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도미노처럼 다른 책장을 무너뜨리고, 급기야 서점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인디아나존스나 레이더스의 주인공처럼 하나씩 넘어가는 책장을 전속력으로 피해가며 도망쳐 나와, 마지막 순간엔 땅바닥에 엎드린 채로 폭삭 무너져 하얀 먼지가 피어오르는 서점의 잔해와 책을 되돌아봐야할 지 모른다는 상상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나는 초등학교 시절 왈츠를 배우는 체육시간, 여자 파트너와 손을 잡으라는 선생님 말에 여자 아이와 손을 잡으면 큰 일이 날 것처럼 여기면서 누군지는 기억이 나지 않은 여자아이의 손톱 길이만큼만 손을 잡듯이 몇 권의 책만 그렇게 뒤적이다가 간단히 서점 주인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 이곳을 나왔다. 차 한잔 마시며 대화를 하고 싶기도 하였으나, 기분 상하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푼 기대하고 다시 방문했던 새한 서점은 나에게 큰 실망감을 줬다. 

 

서점의 제일 큰 역할을 책을 소중히 보관하여 책을 보고자 하는 독자에게 좋은 품질의 책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새한 서점은 그 기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력과 비용이 들겠지만 최소한 책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않다면 폐지모으는 고물상과 뭐가 다를까?

 

차를 타고 떠나는 길에 돌아본 새한 서점의 모습은 씁쓸하기만 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4년 전 블로그를 다시 돌아보니 그때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이곳에 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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