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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생활

싱가포르의 도서관

by 즐거움이 힘 2014.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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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중, 고등학교 시절 나에게 도서관은 공부하러 가는 곳이기도 했지만, 합법적으로 친구들과 만나서 놀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후자가 더 많은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싱가포르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공부보다는 여가 생활을 하기 위해 자주 도서관을 찾게 되었다.



처음 싱가포르에 와서 무료한 나날을 보낼 때에 조용히 그리고 시원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필요해서 고등학생 딸의 소개로 싱가포르의 도서관을 가게 되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들어선 도서관은 일단 너무 시원해서 좋았다. 집에 있으면 전기료 걱정으로 에어콘을 함부로 틀 수 없는데, 나에겐 행복 그 자체였다. 특히 전기 절약 운동을 벌이며, 에어컨 끄기 운동을 하는 한국의 현실을 보면 더더욱 고마운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료 와이파이와 전기코드가 설치되어 있어서 컴퓨터 업무를 하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다. 


(2013/12/09 - [싱가포르 생활] - 싱가포르에서 무료 와이파이 사용하는 방법)



그렇게하여 처음으로 도서관을 방문한 이후 나는 여행삼아 싱가포르에 있는 여러 군데 도서관을 방문하게 되었고, 이제는 싱가포르의 도서관에 대해서는 학생들보다 더 잘 아는 어른이 되었다.

 

간단히 싱가포르 도서관을 소개하면 싱가포르 도서관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져 있다. 물론 이것은 내 주관적인 판단으로 인한 분류이므로 학문적이나 행정적인 분류와 차이는 있다. 그러니 분류에 대한 시시비비를 따지지는 말았으면 한다.

 

첫 번째는 동네마다 있는 작은 도서관이다. 처음에 방문하고, 굉장히 신기했던 도서관이다. 주로 동네 어린이들과 아주머니, 그리고 중, 장년층의 주민들이 이용하며, 신문을 보거나, 동화 책을 보고, 책을 밀리는 위주로 사용되는 곳이다대부분 유아들을 위한 방은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동네 도서관 어린이용 부스



마치 동네 마을회관 같은 느낌이며, 지역의 중심 쇼핑센터에  있다. 싱가포르의 쇼핑센터에는 마땅히 쉴 곳이 없는데, 이곳에 가면 시원하게 쉴 수 있다. 


두 번째는 로컬도서관이 불리는 지역 거점 도서관이다. 주롱이스트, 우드랜드, 초추캉 등 MRT역 근처에 있는 중규모 도서관이다. 주로 공부하는 초, 중, 고등학생, 대학생이 많이 찾는다. 


지역 도서관의 열람실 모습

하지만 한국처럼 일인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책 서고에 테이블이 있어서 여러 학생들이 모여 작은 소리로 토론도 하면서 공부하는 곳이다. 분류에 따라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공간도 있으며, 신문이나 책만을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또한 주롱이스트 도서관의 경우 위 사진처럼 간단한 음료를 마시면 바닥에 앉아 공부 또는 독서, 토론을 할 수 있는 시설도 있고, 아래와 같이 비지니스맨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일정 비용(하루 20$)을 받고 제공하기도 한다. 이곳에는 개별 부스도 설치되어 있다.



비지니스 방

 

세 번째는 국립 도서관이다. 싱가포르 관광지인 부기스에 위치에 있으며 굉장히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도서관이다. 10층 이상 되는 규모이면서 국립도서관답게 많은 서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주로 전문적인 자료 조사를 원하는 대학생들이나 성인들이 많이 사용하며 음식물은 절대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특이한 점은 층마다 출입할 때마다 보안원이 가방 검사를 한다. 그리고 큰 개인 물건이나 음식은 보관함이 있어서 무료로 보관할 수 있다. 물론 책이나 노트북 등 공부에 필요한 물건들은 문제없이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이곳은 주로 여러명이 같이 사용하는 대형 테이블 위주로 좌석이 되어 있으며, 노트북이나 스마트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전원이 테이블에 있다. 이 건물 지하에는 조금 더 편하게 보낼 수 있는 열람실이-동네 도서관처럼- 있으며, 1층 밖에 노천 카페도 있어 간단한 식사와 차도 마실 수 있다. 


이렇게 동네 도서관, 지역 도서관, 국립 도서관 이렇게 세 종류로 싱가포르 도서관은 구분되어진다.



싱가포르 도서관의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을 찾아보면,  한국이 조용히 혼자 공부하는 곳이라고 한다면, 이곳의 도서관은 자료를 찾거나, 잡지 신문 등을 읽으면 여가를 보내는 곳의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동네 도서관의 경우 그렇다.  그러기에 한국 도서관에서 조용히 공부하던 한국인은 이곳이 좀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큰 소리로 떠들지 않는 한 서로 뭐라하지 않는다. 가끔 관리원이 와서 주의를 주기는 한다.

남녀노소 모두가 편하게 찾는 동네 소규모 도서관의 낮 모습


그리고 한국과 특별한 차이점 중에 하나는 우리나라 도서관에는 공부하다가 잠시 자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싱가포르 도서관은 자는 것이 금지다.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그냥 써 있는 거겠지 생각하면 그것은 오산이다. 엎드려 자거나 의자에 기대어 자고 있으면 관리원들이 깨운다. 본인도 잠시 졸다가 깨움을 당한 적이 있다. 이 때의 민망함은 말로표현 할 수 없다. 하지만 쫓아내지는 않는다.^^



혹시 싱가포르에 놀러 오거나, 싱가포르에 다니러 왔는데 시간이 보낼 곳이 마땅치 않은 사람들은 한 번쯤 싱가포르 도서관에 들러 더위도 식히고, 싱가포르의 도서관은 어떤지 살펴보기를 권한다. 싱가포르 도서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으며, 내셔날데이, 종교적인 기념일 등 특별한 국경일에만 쉰다. 특히국립 도서관이 있는 부기스는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니, 그곳에 있는 국립도서관 1층 야외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싱가포르 국립 도서관 1층 노상카페


참고로 한국식 독서실이나 도서관에 익숙한 사람은 싱가포르 도서관에서 공부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소곤되는 학생들 소리에 스트레스 받고, 그들을 째려보다가 어느 순간 내 눈이 가재미 눈이 된다. 내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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